민갑룡 경찰청장.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민갑룡 경찰청장이 경찰의 인권침해 사건과 관련해 “경찰력 남용이 확인됐고 경찰의 인권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부족했다”고 인정하고 피해자와 가족들을 직접 만나 사과했다.
경찰청은 26일 오후 서울 미근동 경찰청에서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진상조사위) 보고회’를 열고 2017년 8월25일 발족한 진상조사위 활동을 마무리했다.
민 청장은 이날 유남영 진상조사위원장 등 전·현직 민간 진상조사위원 8명이 참석한 보고회에서 “진상조사위의 진상조사 결과, 경찰력은 어떠한 경우에도 남용되어서는 안 되며, 절제된 가운데 행사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부분이 확인됐고, 원칙과 기준이 흔들리기도 했으며, 인권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부족했던 점을 인정한다”며 “그로 인해 국민이 생명을 잃거나 다치는 등 고통을 겪었고, 그 과정에서 경찰관도 희생되는 등 아픔도 있었다”고 말했다. 앞서 민 청장은 전날 용산 참사 유가족과 생존 철거민들,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 밀양과 청도 송전탑 반대 할머니들,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과 고 염호석 조합원 유가족, 강정마을 주민들과 고 백남기 농민 유가족 등을 만나 직접 사과했다. 또 순직한 경찰 특공대원과 유가족에게도 깊은 위로의 말을 전했다.
경찰은 진상조사위 조사 결과와 권고에 따라 쌍용차 가압류 대상자에 대한 가압류를 전원 해제했고,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 권고 과제 35개 가운데 27개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진상조사위의 제도개선 권고가 있었던 사건은 △고 백남기 농민 과잉 진압 사망 사건(7건) △쌍용차 노동자 파업 과잉 진압 사건(7건) △용산 참사 과잉 진압 사건(5건) △한국방송(KBS) 공권력 투입 사건(2건) △공익신고자 사건(1건) △고 염호석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원 장례 유도 사건(2건)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관련 사건(4건) △밀양 청도 송전탑 건설 불법사찰 사건(1건) △구파발 검문소 총기 사건(3건) △가정폭력 진정 관련 사건(3건) 등이다.
경찰은 특히 다수 문제가 불거진 정보경찰의 경우 △정보 활동의 범위 명확화 △통제 시스템 마련 △인력 감축(11.3%) 등의 개혁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강정마을해군기지반대주민회, 금속노조삼성전자서비스지회, 금속노조쌍용자동차지부,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 백남기투쟁본부,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 전국언론노조KBS본부, 청도345KV송전탑반대공동대책위원회 등 경찰 인권침해 사건 피해자 단체는 이날 공동 성명을 내고 “‘경찰의 법 집행 과정에서 목숨을 잃거나, 큰 고통을 받았던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라는 당연한 한마디를 듣기까지 10년이 걸렸다고 생각하니 서럽기까지 하다. 얼마 전, 사과 한마디조차 들어보지 못하고 절망하며 아픔 속에 세상을 등진 용산참사 철거민 김대원과 쌍용자동차 서른 번째 희생자 김주중 조합원을 생각하면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이라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라도 경찰청장이 직접 피해자들을 만나 의견을 듣고 사과했고 오늘 국민과 언론에 공식적으로 또 한 번 사과를 표한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한 “민갑룡 경찰청장과 경찰은 오늘의 사과와 다짐이 또다시 거짓이나 희망고문이 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거듭나기를 바란다”며 “(24억원에 이르는 쌍용차 노동자들에 대한) 손해배상 철회 등 미진한 권고 이행에 시간 끌기로 또 다른 죽음을 목도하는 일이 절대 없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정환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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