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엘러간 실리콘겔 인공유방 브랜드 ‘내트렐’ 홈페이지.
국내에서도 유방재건·확대 수술에 사용되는 글로벌 제약업체 엘러간의 ‘표면이 거친(텍스쳐드 타입)’ 실리콘겔 인공유방과 유방확장기 제품 회수가 시작됐다. 지난 7월24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엘러간사가 만든 거친 표면 인공유방이 다른 제조사 제품에 견줘 ‘유방보형물 관련 역형성 대세포 림프종(BIA-ALCL)’ 유발 가능성이 약 6배 높다며 제품 회수를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역형성 대세포 림프종은 면역 체계와 관련된 희귀암으로, 유방암과는 다른 질환이다. 오스트레일리아 연방의료제품청(TGA) 자료를 보면, 유방보형물 삽입 수술 이후 3년~14년 사이에 주로 발병한다.
4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달 26일 한국엘러간㈜이 제품 회수계획서를 제출해 29일 회수를 승인했다”며 “최근 3년간 거친 표면 인공유방 제품은 5만2천개가 유통됐고, 이 가운데 2만9천여개가 엘러간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회수 대상 제품이 사용된 전체 수술 건수는 명확히 파악되지 않았다. 실리콘겔 인공유방(유방보형물)은 표면이 매끄러운 제품과 거친 제품이 있는데, 역형성 대세포 림프종 대부분은 피부에 잘 부착되도록 만들어진 거친 표면 인공유방을 가진 환자에게서 발생한다. 상대적으로 숫자가 적지만 매끄러운 표면 인공유방을 이식한 경우에도 발병 사례가 있다.
식약처는 회수 대상 제품을 이식한 환자의 경우, 특별한 증상이 없다면 유방보형물을 제거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가슴이 갑자기 커지거나 유방보형물 주변에서 붓기·통증이 나타날 경우 가능한 빨리 의료진을 찾아야 한다. 식약처 관계자는 “역형성 대세포 림프종은 증상이 나타난 시기에 유방보형물을 제거하는 것으로 완치가 가능하므로, 초기 증상 발견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식약처는 국내에선 유방보형물 관련 역형성 대세포 림프종 발생 사례가 보고된 적은 없다고 밝혔다. 미국 식품의약국 자료를 보면, 전 세계 573건(33명 사망)의 역형성 대세포 림프종 사례 중 엘러간 제품과 연관이 있는 경우는 481건이었다.
박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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