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조5천억원 규모의 액화천연가스(LNG) 저장탱크 건설공사에서 입찰가격을 담합한 건설사들의 벌금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과 건설산업기본법 등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된 대림산업·지에스(GS)건설·현대건설에 각각 벌금 1억6천만원을, 한화건설에 벌금 9천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5일 밝혔다. 지에스건설 임원 송아무개씨에게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했다.
이들 건설사는 2005년부터 2012년 12월까지 3조5천억원대의 국책사업인 엘엔지 저장탱크 건설공사 입찰에서 투찰 가격을 사전 협의하는 방식으로 담합해 일감을 나눠 받은 혐의를 받아 재판에 남겨졌다.
이들 건설사는 한국가스공사가 발주한 12건의 입찰을 수주받을 낙찰예정사를 사전에 모의해 정했다. 물량을 수주하지 못한 업체에는 다음 합의 때 금액이 큰 공사를 수주하도록 해 물량을 고루 배분했다. 또 발주처가 참가자격을 완화해 새로 자격을 얻은 업체가 생기면 이 업체도 담합에 끌어들이는 방식으로 담합을 유지했다. 건설사들은 “일부 혐의의 공소시효가 지나 무죄”라고 주장했다.
1·2심 재판부는 “다른 건설사에 비해 근본적으로 유리한 지위에 있음에도 서로 간 정당한 경쟁을 피하고 이익을 극대화할 의도로 담합을 하여 공사입찰에서의 경쟁을 저해하였다”라고 지적했다. 또 “피고인들이 담합하여 입찰한 이 사건 공사는 공공발주 공사로서 사업 규모가 매우 크고 막대한 국가재정이 투입되어 입찰 담합으로 인한 피해는 궁극적으로 국민에게 전가된다는 점에서 엄중한 처벌을 통해 재발을 방지할 필요가 크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하급심의 판단이 옳다고 봤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애초 이들 건설사를 포함해 담합에 참여한 건설사 13곳에 3516억원의 과징금을 매기고 검찰에 고발했다. 이 중 자진신고를 해 고발에서 면제된 두산중공업과 포스코건설, 제일모직과 합병하면서 공소권이 없어진 삼성물산을 제외한 10곳의 건설사가 재판을 받았다. 이날 대법원에서 선고한 대림산업·지에스건설·현대건설·한화건설을 제외한 건설사들은 대법원에 상고하지 않았지만 2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대우건설에 벌금 1억6천만원이 선고됐고, 한양 1억4천만원, 에스케이(SK)건설 9천만원, 경남기업·삼부토건·동아건설산업 각 2천만원씩을 선고받았다. 이들 건설사 임직원들도 벌금형 또는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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