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속보] “군에서도 가습기 살균제 피해”…12년 동안 최소 12곳서 사용

등록 2019-08-19 12:31수정 2019-08-19 20:45

군 복무 중 폐질환 발병 피해자 확인
육·해·공군 등에서 최소 800개 사용
본인과 두 아들 모두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인 박수진씨가 지난 5월7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청와대에 ‘전신질환 인정, 피해단계 구분 철폐, 정부 내 가습기 살균제 정부 테스크포스팀 구성, 월 1회 피해자 정례보고회 개최' 등을 요구하는 손편지를 전달하기 전 삭발을 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본인과 두 아들 모두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인 박수진씨가 지난 5월7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청와대에 ‘전신질환 인정, 피해단계 구분 철폐, 정부 내 가습기 살균제 정부 테스크포스팀 구성, 월 1회 피해자 정례보고회 개최' 등을 요구하는 손편지를 전달하기 전 삭발을 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는 1400여명의 사망자를 낳은 가습기 살균제가 군대에서도 광범위하게 사용됐으며 이로 인해 폐질환이 발생한 피해자를 확인했다고 19일 밝혔다.

사참위는 지난 7월 군의 가습기 살균제 사용 실태 조사를 시작해 군의 가습기 살균제 사용·구매 문서를 확보하고 피해자 진술을 확보했다. 사참위 조사 결과, 육·해·공군 및 국방부 산하 부대·기관 최소 12곳에서 2000년부터 2011년까지 약 12년 동안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했다. 특히 이아무개(30)씨의 경우 2010년 1~3월 국군양주병원에 입원했을 때 가습기 살균제에 노출되어 폐섬유화 진단을 받은 사실도 확인됐다. 이씨는 2016년 정부에 가습기 살균제 건강피해 신고를 했으며 2017년 폐손상 4단계 판정을 받았다. 정부는 폐손상 3~4단계는 가습기 살균제와 질환의 인과관계가 적다고 보고 제대로 피해자로 인정하지 않아 왔다. 하지만 3~4단계 피해자들의 피해 정도가 경미한 것은 아니다. 실제 지난 4월에는 폐손상 4단계 피해자였던 40대 남성이 폐질환으로 숨지기도 했다. 사참위는 정부의 기존 피해자 인정 기준이 너무 엄격하고 협소하다고 보고 피해자 인정 기준과 구제 대상을 늘려야 한다고 보고 있다.

사참위가 군의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를 확인한 것은 이씨가 처음이다. 사참위 관계자는 “더 많은 피해자가 있을 것으로 보고 관련 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적극적인 제보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더 많은 피해자가 있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현재까지 사참위는 12곳의 군부대 등에서 3종류의 가습기 살균제 800여개가 구매·사용된 증거를 확보했다.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제공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제공
군 병원의 경우 국군수도병원과 국군양주병원이 ‘애경산업’의 ‘가습기메이트’를 각각 290개(2007년~2010년), 112개(2009년~2011년) 구매·사용했다. 또 공군의 경우 기본군사훈련단에서 2008년 10월 애경산업의 가습기메이트 390개를 구매했으며, 신병교육대대 생활관에서 지냈던 병사들이 여기에 노출된 사실을 확인했다. 강원도 횡성에 있는 공군 제8전투비행단에서도 2007~2008년 ‘옥시’ 가습기 살균제를 생활관 내에서 겨울철에 사용한 사실을 확인했다. 당시 제8전투비행단에서 근무했던 병사 황아무개(34)씨는 사참위에서 “겨울철에 일과 후 취침 시 생활관에서 가습기를 사용할 때 쓰도록 가습기 살균제를 보급받았던 것 같다”며 “(가습기에) 새로 물을 넣을 때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것 같다. 가습기 살균제는 방 안의 티브이 수납장 같은 곳에 방마다 1개씩 보관했다”고 밝혔다.

육군 제20사단에서도 옥시 가습기 살균제를 2000~2002년 중대 생활관에서 겨울철에 사용해 50~60명의 병사에게 노출된 사실을 당시 군 복무를 했던 장병의 진술을 통해 확인했다. 또 사참위는 ‘국방전자조달시스템’ 검색을 통해 2007년~2011년간 해군교육사령부, 해군작전사령부, 해군사관학교, 국방과학연구소 등에서 총 57개의 가습기 살균제를 조달을 통해 구매·사용한 기록을 확인했다.

문제는 현재까지 확인된 800여개의 가습기 살균제 사용이 일부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군 보급 분야에서 일했던 한 전직 대령은 사참위에 “군대 내에서 소모하는 생활용품의 경우 조달시스템을 통해 구매하는 경우는 극소수며 실무부대에서 물품구매비·운영비로 구매한 가습기 살균제가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최예용 사참위 부위원장은 “군대가 가습기 살균제가 위험한 줄 알면서 보급품으로 사용했을 리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2011년에 가습기 살균제 참사가 알려진 이후에는 군대에서 가습기 살균제가 얼마나 사용되었는지 파악하고 가습기 살균제에 노출된 병사들과 직업군인 중 피해자가 얼마나 있는지를 조사했어야 한다. 지난 8년 동안 군이 가습기 살균제 문제에 대해 모르는 척 침묵하고 있었다면 이는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해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국방부 쪽은 “현재 (군 차원에서) 가습기 살균제 관련 피해사례는 확인된 바 없지만, 앞으로 전 부대를 대상으로 군의 피해 여부 등 실태 조사 뒤 필요한 조처를 강구하겠다”라고 밝혔다. 또 “군은 2011년 당시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이 확인된 즉시 사용금지를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사참위는 이달 27일부터 열리는 가습기 살균제 참사 청문회에서 군 관계자들을 증인으로 불러 지금까지 피해자 조사 등이 이뤄지지 않았던 이유 등을 질의하고 군대 내에 가습기 살균제 사용실태 전수조사 및 피해자 신고센터 설치를 요구할 계획이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