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서어서문학과 성추행 사건 피해자 김실비아씨가 26일 오전 서울대 행정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서울대 서어서문학과 성추행 사건 피해자 김실비아(29)씨가 학교 징계위원회 징계 결과 발표 전 마지막으로 1인 시위에 나서 가해 교수의 파면을 다시 한 번 요구했다. 미국 유학 중인 김씨는 대학원 지도교수인 ㄱ교수를 강제추행 혐의로 고소하기 위해 6월 초 한국에 들어왔다가 26일 학업을 위해 미국으로 돌아간다.
김씨는 이날 오전 서울대 행정관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오세정 총장과 징계위원회는 모든 권한을 사용해서 ㄱ교수를 파면해주기를 강력하게 요구한다”며 “바르게 해결되지 않는다면 바로 한국에 돌아와서 더 강력하게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김씨는 “서어서문과 교수진은 나를 지지한다고 여러 번 말했지만 결국 내 연락에 답조차 하지 않았다. 심지어 학교에서 나를 보고 뒤돌아서 도망친 교수도 있었다”며 오 총장과 학교 쪽에 2차 가해가 근절될 수 있게 모든 수단을 취해달라고 요구했다.
김씨는 오 총장에게 전달할 요구안도 미리 공개했다. 김씨는 “만약 징계위가 ‘정직 3개월’ 결정을 내린다면 총장은 ㄱ교수가 파면되도록 거부권 행사와 모든 할 수 있는 일을 다 해달라”고 요구했다. 서어서문과 교수진 2차 가해와 관련해서는 “계속 신고했지만 학교에서는 아무런 조처도 해주지 않았고 지난달 추가로 열린 징계위에서마저도 내게 2차 가해를 했다고 느꼈다”며 “서울대는 너무나 무능하고 폐쇄적”이라고 비판했다.
서울대 서어서문학과 성추행 사건 피해자 김실비아씨가 오세정 서울대 총장에게 직접 전달하려던 요구안을 신석민 서울대 교무처장에게 대신 전달하고 있다.
이날 김씨의 요구안 전달은 쉽지 않았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 김씨와 ‘서울대학교 ㄱ교수 사건대응을 위한 특별위원회’ 관계자는 오 총장에게 서한을 전달하기 위해 총장실이 있는 서울대 행정관 4층으로 가려 했다. 그러자 학교 쪽 관계자들은 총장이 다른 일정이 있다며 행정관 정문을 걸어 잠그고 건물 진입을 막았다. 취재진 동행 등을 두고 실랑이가 이어지다가 40여분을 기다린 뒤에야 김씨는 총장이 아닌 신석민 교무처장에게 요구안을 전달할 수 있었다.
ㄱ교수는 2017년 외국의 한 호텔에서 대학원 제자인 김씨의 다리를 만지는 등 성추행을 한 의혹을 받고 지난 3월 징계위원회에 회부됐다. 앞서 이 사건을 조사한 서울대 인권센터는 ㄱ교수의 신체 접촉 등이 사실로 인정된다면서도 지난해 12월 학교 쪽에 ㄱ교수의 정직 3개월을 권고했다. ㄱ교수는 성추행 말고도 제자와의 공동연구 논문을 베껴 자기표절을 한 뒤 이를 연구실적으로 등록하고 외국인 강사로부터 논문을 상납받은 의혹 등을 받고 있어 이를 규명하기 위한 연구진실성위원회도 꾸려진 상태다. 앞서 학교 쪽은 이달 말까지는 징계위에서 ㄱ교수에 대한 징계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글·사진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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