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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사법 살인’ 30년만에 진상 가린다

등록 2005-12-27 19:18수정 2005-12-27 19:40

<b>마르지 않은 눈물</b> ‘인민혁명당 재건위원회’ 사건 희생자 유가족들이 27일 오후 인혁당 사건에 대한 법원의 재심 결정이 내려진 뒤 30년 전 ‘사법살인’에 의해 8명의 목숨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서울 서대문구 현저동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옛 서울구치소)을 찾아 교수대가 있는 사형장 건물 앞에서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A href=\"mailto:hyopd@hani.co.kr\">hyopd@hani.co.kr</A>
마르지 않은 눈물 ‘인민혁명당 재건위원회’ 사건 희생자 유가족들이 27일 오후 인혁당 사건에 대한 법원의 재심 결정이 내려진 뒤 30년 전 ‘사법살인’에 의해 8명의 목숨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서울 서대문구 현저동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옛 서울구치소)을 찾아 교수대가 있는 사형장 건물 앞에서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법원 ‘인혁당 사건’ 재심 결정

‘사법 살인’이라고 부르는 1970년대 ‘인민혁명당 재건위원회’(인혁당) 사건에 대해 법원이 재심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1975년 대법원의 유죄확정 판결로 8명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던 인혁당 사건은 꼬박 30년 만에 법정에서 다시 진상을 가릴 기회를 얻었다. 특히 법원의 이날 결정은 사법부가 과거사 청산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다른 조작 주장 사건들에 대한 재심 결정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재판장 이기택)는 27일 인혁당 사건 재심청구 소송에서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이 사건에 대한 조사 결과를 보면 당시 중앙정보부 수사관과 경찰관이 수사 과정에서 피고인들에 대해 독직폭행을 한 점이 인정된다”며 “이는 형사소송법상 재심사유에 해당해, 비상보통군법회의가 선고한 15·16호 판결 가운데 우홍선·송상진·서도원·하재완·이수병·김용원·도예종씨에 대한 선고 부분과 14·17·18호 판결 가운데 여정남씨에 대한 선고 부분에 대해 재심을 개시한다”고 밝혔다.

형사사건 재심은 검찰이 3일 안에 이의를 제기(즉시 항고)하지 않으면 곧바로 법원의 심리가 시작된다. 황교안 서울중앙지검 2차장은 “법원 결정을 잘 검토해 항고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재심 개시 결정의 이유로 “당시 수사과정에서 피고인들에 대한 구타와 고문 등 가혹행위가 자행됐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혐의를 부인하던 피고인들이 특정 시기를 거치면서 범죄사실을 대부분 자백한 점 △기소 뒤 모든 피고인이 진술조서 형태로 범죄를 자백한 점 △수사 중 특정시기에 피고인들이 진통제·항생제 등 의약품을 처방받은 점 등을 그 근거로 제시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들과 이해관계가 없는 교도관, 함께 체포됐던 공동 피고인, 변호인 등이 모두 가혹행위에 대해 진술했고, 일부 수사관은 자신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음에도 이런 진술을 해 (고문 조작의) 신빙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재심사건 재판 관할권에 대해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긴급조치에 따라 설치된 비상보통군법회의에서 재판을 받았지만 긴급조치가 실효된 이상 헌법에 따라 일반 법원에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다”며, “당시 공소제기된 범죄지역의 하나인 서울 종로구를 관할하는 서울중앙지법 합의부가 맡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인혁당 사건은 박정희 정권 시절 중앙정보부가 “일부 세력이 인혁당을 다시 만들어 북괴의 지령을 받아 유신체제에 반대하는 민청학련을 조종해 국가를 전복하려 했다”고 발표한 사건이다. 대법원이 75년 4월8일 사형을 확정한 뒤, 하루도 채 안 된 9일 새벽 형이 집행됐다.

유가족과 시민단체 등은 법원의 이날 결정에 대해 일제히 환영 뜻을 밝혔다. 숨진 하재완씨의 부인 이영교(71)씨는 “이유도 모르고 눈감은 분들을 생각하면 원통스럽지만, 법원이 이제라도 재심을 받아들인 것은 천만다행”이라고 말했다. 참여연대도 성명을 내 “뒤늦었지만 법원이 잘못된 재판을 시정함으로써 피고인들과 유족들의 명예를 회복하고 사법정의를 세우는 기회가 마련된 것을 환영한다”며 “법원이 군사독재 시절 저질러진 다른 조작 사건들에 대해서도 재심을 받아들여 과거를 청산하고 거듭날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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