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9일 청소노동자가 숨진 서울 관악구 서울대 제2공학관 지하1층 직원 휴게실의 모습.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지난 8월 폭염 속 에어컨 하나 없는 휴게실에서 청소노동자가 숨진 채 발견된 직후 서울대학교에서 청소노동자 휴게실을 전수조사한 결과, 냉·난방 시설이 설치되지 않은 청소노동자 휴게실이 모두 33곳에 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대가 뒤늦게 개선에 나섰지만, 고용노동부는 서울대를 비롯한 각종 사업장의 휴게시설 현장 점검 현황조차 파악하지 않고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부에서 제출받은 ‘서울대 휴게실 개선계획서 및 조치 결과’를 보면,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일하는 청소노동자 휴게실은 모두 146곳이다. 이 가운데 냉방 시설이 없는 곳이 23곳, 난방 시설이 없는 곳이 10곳이었다. 지하에 있는 곳은 23곳, 계단 아래 있는 곳이 12곳, 환기 설비가 없는 곳도 26곳에 달했다. 화재에 취약한 마감재를 사용한 곳은 27곳, 휴식을 방해하는 정도의 소음이 발생하거나 작업장의 소음이 휴게실로 들어가는 곳은 28곳이었다. 휴게실임을 알아볼 수 있는 표지가 붙어있지 않은 경우는 전체의 절반(69곳)에 가까웠다. 서울대는 지난 8월9일 청소노동자가 사망하고 사흘 뒤 본격적인 휴게실 전수조사에 나서 고용부 ‘사업장 휴게시설 설치·운영 가이드’(고용부 가이드)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휴게실들을 파악했다. 사망자가 나온 제2공학관 지하 1층 남성 직원 휴게실뿐만 아니라 수십 군데의 휴게실들이 그동안 학교의 무관심 속에 방치돼 있었던 셈이다.
서울대는 청소노동자 사망으로 열악한 휴게실에 대한 지적이 나오자 뒤늦게 개선에 나섰다. 서울대 관계자는 “최근 냉·난방 시설이 설치되어 있지 않았던 33곳과 환기 설비가 없던 26곳에 대해 개선 조처를 마무리했다”며 “계단 아래 있던 12곳, 지하에 있던 23곳 중 22곳도 위치를 조정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열악한 휴게실이 비단 서울대만의 문제가 아님에도, 고용부는 휴게실 현장 점검 현황조차 파악하지 않고 있었다. 설훈 의원실이 고용부에 ‘2017~2019년 현재까지 사업장 휴게시설 현장 점검 실적’을 제출하라고 요구했지만, 고용부는 “사업장 점검·감독을 할 때 휴게시설을 확인하고는 있지만 반드시 점검하는 것은 아니므로 현황을 제출하기 어렵다”고 답변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현재 휴게시설에 대해 처벌 규정이 없는 탓에 대부분 현장에서 구두로 권고하는 정도에 그친다”고 말했다. 산업안전보건법에는 사업주의 휴게시설 설치 의무와 위반 때 제재 규정이 담겨 있지 않아 현재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 때문에 앞서 고용부 서울관악고용노동지청은 8월20일부터 나흘간 서울대 청소노동자 휴게실 실태조사에 나섰지만, 146곳 가운데 16곳을 둘러본 뒤 지하주차장이나 계단 아래 위치한 6곳은 폐쇄 또는 통폐합(폐쇄 뒤 기존 건물에 새 휴게실을 마련하기 어려워 인근 건물 휴게실로 합침)을, 6곳에 대해서는 환기시설이나 냉난방 시설 등을 개선하라고 권고하는 데 그쳤다. 그런데 이 실태조사조차 드문 경우였던 셈이다. 설훈 의원은 “산안법 개정안이 통과될 때까지 시간이 걸리는데 그사이 또 다른 열악한 휴게실에서 노동자가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그 이전이라도 고용부가 휴게실 실태 점검에 선제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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