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음원 플랫폼인 ‘멜론’을 운영했던 로엔엔터테인먼트(로엔)가 에스케이텔레콤(SKT) 자회사 시절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 권고를 받고도 되레 이를 기회 삼아 저작권료 빼돌리기에 나섰던 것으로 확인됐다. 2009년 9월 공정위가 소비자 보호를 위해 무료체험 이후 유료 전환된 이용자도 중간 해지가 가능하도록 하라고 권고하자 이를 빌미로 정산 방식을 회사에 유리하게 바꿔 3년 동안 141억원의 저작권료를 가로챈 것이다.
앞서 지난달 26일 서울동부지검 사이버수사부(부장 김봉현)는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여러 방식으로 저작권료 총 182억원을 권리자에게 지급하지 않은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의 사기)로 당시 로엔의 대표였던 신아무개씨 등 3명을 재판에 넘겼다. 2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법무부에서 제출받은 이 사건 공소장을 보면, 신씨 등이 저작권료 지급 방식을 바꿔 회사 수익을 높일 계획을 세운 것은 2008년 하반기다. 에스케이티의 사내 서비스로 운영됐던 멜론의 자회사 독립(2009년 1월)을 앞둔 때였다. 당시 멜론은 총 음원 수익의 54%가량을 저작권자 등 권리자에게 지급했다. 여기에는 한달 정액 결제를 했지만 한 곡도 듣지 않은 이용자의 이용료가 고스란히 부가수입으로 남는 걸 일컫는 ‘낙전’도 포함되어 있었다.
멜론은 이때 저작권료 정산 방식을 총 음원 수익이 아니라 개인별 음원 이용료 기준으로 바꿔 낙전을 모조리 자신의 몫으로 돌릴 수 있다고 판단해 이 방식으로 얼마의 이익이 나는지 시뮬레이션까지 했다. 하지만 내부검토 결과 계약서 변경 없이 정산 방식을 바꾸는 것은 법적인 위험 부담과 권리자들에게 들통 날 가능성이 커 계획을 보류했다. 대신 멜론은 ‘엘에스(LS)뮤직’이라는 유령음반사를 활용해 이용자들에게 저작권이 불분명한 클래식 음원 등을 선물하는 방식으로 저작권료를 빼돌린 의혹을 받고 있다. 각 음원의 다운로드 비율에 따라 총 음원 수익을 나누는 정산 구조를 악용해 엘에스뮤직 음원 다운로드 비율을 선물하기 방식으로 인위적으로 끌어올려 41억원의 저작권료를 가로챈 것이다.
이처럼 유령음반사를 활용하던 멜론이 애초 계획대로 정산 방식을 바꿔 저작권료를 빼돌릴 수 있게 된 것은 엉뚱한 계기를 통해서였다. 공정위는 2009년 9월 멜론, 도시락, 뮤직온 등 6개 음원사이트가 무료체험 이벤트 참가 이용자를 이벤트가 끝난 뒤 별다른 동의절차 없이 유료회원으로 가입시키고 일정 기간 유료서비스를 해지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소비자를 속이는 행위라고 판단해 시정을 권고했다. 그러자 로엔 법무팀은 이를 계기로 대부분의 권리자와 계약서를 새로 작성하지 않고 저작권료 고지 사이트인 엠엘비(MLB) 사이트에 공지를 올리는 방법으로 정산방법 변경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후 멜론은 2010년 1월22일 엠엘비 사이트에 “공정위 시정 권고 이행 안내”라는 제목의 게시글을 올려 정산 방식을 바꾸겠다고 고지하면서 미사용자의 이용료가 정산에서 제외된다는 사실을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공정위 권고대로 중도 환불을 위해서는 개인별 정산이 필요하다는 내용만 담았다.
로엔은 심지어 이후 미사용자 이용료 정산 여부를 묻는 여러 음반사 등 권리자들의 질문에 “미사용자 규모는 3% 수준이며 정산에 반영됐다”는 취지의 거짓 답변을 했다. 실제 당시 멜론 미사용자 규모는 20% 수준으로 알려졌다. 또 로엔은 유니버설 등 국외 음반 직배사들의 음원 플랫폼 등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던 2012년 1월께 미사용자 이용료 정산 제외로 발생한 가입자 숫자 및 매출 차이를 감추기 위해 회계나 결제 데이터를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기까지 했다. 다만 감사 때 실제 허위 자료를 제출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 의원은 “국내 최대 음원 플랫폼이 저작권료를 빼돌려 자신의 수익으로 삼은 것은 음반시장의 근본을 흔든 일”이라며 “향후 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멜론을 운영하는 카카오 관계자는 “과거 에스케이티 시절에 벌어진 일이지만, 피해자들이 있는 만큼 선제적으로 보상하고 이후 에스케이티 등에 구상권 청구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