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의 동생들이 운영하는 기업이 도로공사 발주 사업에 납품을 해왔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해충돌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사장은 29일 “도로공사가 발주한 사업에 해당 업체 부품이 쓰이는 줄 몰랐다”고 해명했지만 민주노총은 이 사장을 배임 혐의로 고발할 계획이다.
이 사장의 이해충돌·배임 논란으로 번진 사업은 정부의 에너지 효율화 정책의 일환으로 도로공사가 2014년 12월부터 추진한 ‘스마트 엘이디(LED) 가로등’ 건이다. 도로공사는 터널조명등 교체 작업부터 시작해, 이 사장 취임 뒤에도 스스로 조명 밝기를 조절하고 고장이 나면 관리자에게 자동으로 알려주는 ‘가로등 제어시스템’ 도입을 늘려왔다. 이 제어시스템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을 납품하는 회사는 인스코비라는 업체다. 앞서 정경심(구속) 동양대 교수가 남편(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내정되기 전 주식 1만2천주를 보유하고 있었던 사실이 지난해 3월 재산 공개로 밝혀지기도 했던 그 회사다.
이 사장의 동생은 인스코비 고문이며 이 회사의 최대주주인 밀레니엄홀딩스의 대표이사다. 이 사장의 또 다른 동생은 인스코비의 이사를 맡고 있다. 이 사장 동생들이 운영하는 회사가 도로공사가 발주하는 스마트 가로등 사업의 핵심 부품을 공급해 온 것이다. 이에 이 사장은 “동생들의 사업 내용을 모르고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도로공사는 이날 낸 해명자료에서 “이강래 사장은 동생과 인스코비의 관계에 대해 알고 있었으나 인스코비에서 생산된 칩이 가로등 제어시스템의 부품으로 사용되는 것은 (언론의) 이번 취재 과정에서 알게 됐다”고 밝혔다. 또 엘이디 조명 교체 사업은 도로공사와 계약을 한 에너지절약전문기업(ESCO)이 주도하며 부품 업체를 선정하기 때문에 “도로공사가 알 수 없는 구조로 이 사장은 취임 당시 이와 관련해 이해충돌도 고민한 적이 없다”고 했다. 인스코비의 시장점유율이 2017년 92%에서 이 사장 취임 뒤인 지난해엔 73%로 떨어졌다는 것도 특혜가 없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도로공사는 설명했다.
그러나 이 사장이 동생들의 사업 내용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해명은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사장의 부인이 인스코비의 자회사인 인스바이오팜 주식 4만주(2천만원 상당)를 보유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형제간에 교류가 없었다고 보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은 수사를 통해 진상을 밝혀야 한다며 이 사장을 검찰에 고발할 계획이다. 민주노총은 이날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8월19일 검찰에 이강래 사장을 불법파견 사업주로 고발한 바 있다”며 “오늘 우리는 별도로 형사상 배임죄를 물어 또다시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또 “결자해지 차원에서 해결하라는 의미로 우리는 이 고발장을 청와대에 접수하고자 한다”며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 사장 파면도 요구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