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과 조현준 회장에게 개인 변호사 비용을 회삿돈으로 대신 낸 혐의(업무상 횡령)를 적용해 사건을 검찰에 넘기기로 했다.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는 조 명예회장과 맏아들 조 회장, 일부 효성 임원들이 조세포탈 혐의 등으로 각종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회삿돈으로 자신의 변호사 비용을 대납했다고 보고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13일 송치할 계획이라고 12일 밝혔다. 지난 4월 참여연대는 2013년 1300억원 규모의 조세포탈 사건 수사와 재판을 비롯한 각종 사건에서 400억원 규모의 변호사 비용을 회삿돈으로 지출했다며 조 명예회장 등을 고발했다. 경찰은 이 가운데 일부가 총수 일가와 임원 등이 직접 부담했어야 하는 비용이라고 보고 업무상 횡령 혐의가 적용된다고 판단했다. 당시 효성은 검찰 고위직 출신 전관 변호사들 여럿을 선임해 수사와 재판에 대응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효성이 변호사 선임이나 각종 자문 등 여러 건을 한꺼번에 계약해왔기 때문에 총수 일가 등이 부당하게 사용한 변호사 비용을 정확하게 특정할 수 없어 형법의 업무상 횡령 혐의를 적용했다. 5억원 이상 횡령의 경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되지만, 액수가 특정되지 않는 경우에는 형법의 업무상 횡령 혐의가 적용된다.
한편, 경찰은 지난달 14일 조 명예회장의 서울 성북구 집을 찾아 방문 조사를 했지만 의사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제대로 된 진술을 확보하지는 못했다. 경찰 관계자는 “조 명예회장이 진단서와 의사 소견서를 제출해 경찰에 출석하기 곤란하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직접 방문한 결과 의사소통이 곤란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