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선거개입과 경찰의 하명수사로 지난해 울산시장 선거에서 낙선하는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김기현 전 울산시장이 15일 오후 참고인 조사를 위해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으로 연이틀 검찰에 출석한 김기현 전 울산시장의 변호인이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이 청와대로 보낸 제보가 ’체계적으로 정리된 문건’이라고 밝혔다. 또 김 전 시장의 변호인은 청와대가 경찰로 보낸 문건에는 송 부시장의 제보문건에 담기지 않은 내용도 일부 포함되어 있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 김태은)는 16일 오전 10시께 김기현 전 울산시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불러 조사 중이다. 김 전 시장은 검찰에 출석하면서 ‘하명수사는 없었다’는 청와대 입장에 대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겠느냐”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김 전 시장의 법률대리인인 석동현 변호사는 김 전 시장이 검찰 조사과정에서 송 부시장의 청와대 제보 문건과 이를 편집해 청와대가 경찰청으로 넘긴 문건을 확인했다면서, 송 부시장의 제보문건이 단순 ‘에스엔에스 메시지’가 아니라 ‘짜임새 있게 정리된 문건’이었다고 밝혔다. 석 변호사는 “송병기 부시장이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 관련 비리 의혹 10여 가지를 문건 형태로 정리해서 청와대 쪽에 알려줬고, 청와대도 그 문건을 새로 재정리해서 경찰청에 준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애초 청와대는 송 부시장이 민정비서관실 소속 문아무개 행정관에게 제보 내용이 담긴 ‘에스엔에스 메시지’를 보냈고, 문 행정관이 이를 문서파일로 요약 정리한 뒤 백원우 당시 민정비서관에게 보고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석 변호사는 해당 제보가 “얼기설기 작성된 메모 형식이 아니라 관공서에 작성하는 보고서처럼 짜임새 있게 정돈된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4쪽 분량으로, 비리 의혹을 크게 3꼭지로 나눠 정리했다고 밝혔다.
석 변호사는 송 부시장의 제보문건과 청와대가 이를 편집해 경찰청으로 이첩한 문건이 세부 내용에서 차이가 있고 형식도 전혀 다르다고 설명했다. 석 변호사는 “큰 틀에서는 (내용이) 대동소이하지만, 송병기씨가 보내지 않은 내용 중 디테일한 부분이 추가된 부분이 있고, 올린 내용 중에서 제외된 부분도 있다”며 “청와대가 나름대로 가감을 했다”고 말했다.
또 석 변호사는 어제 조사에서 지난해 6·13 지방선거가 끝난 후 경찰청이 청와대에 김 전 시장 관련 사건을 종결 처리했다고 보고한 내용도 확인했다고 말했다. 석 변호사는 “작년 6월 선거 후인 12월 초에 경찰청에서 청와대로 보고한 내용 중에 김기현 시장 관련 12건의 사건에 대해서 종결 처리했다고 보고한 내용도 있다고 한다”며 “적어도 12건 정도의 사건에 대해서 경찰청에서 수사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송철호 울산시장 후보 캠프에서 정책팀장을 맡은 송 부시장의 자택과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지난 지방선거 당시 울산시 공무원들이 선거전략 수립에 도움이 될 자료와 정보들을 송 시장 쪽에 넘긴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시장은 이런 의혹에 대해 “송 부시장 혼자 한 게 아니라 많은 사람이 때로는 압력을 넣으면서까지 진행한 것 아닌가, 계획적이고 거대한 조직에 의해 움직인 것 아닌가 한다”고 주장했다.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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