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20.01.05 12:17
수정 : 2020.01.05 15:57
헌재 “통상적 출퇴근길 사고도 산재 인정해야” 헌법불합치
2018년 1월 산재보험법 개정안 시행…
개정안 시행 전 발생한 사고도 ‘업무상 재해 인정’ 소급적용
본인 차량으로 출퇴근하던 중 교통사고를 당해 숨진 노동자의 유족이 소송을 통해 산업재해를 인정받게 됐다. 헌법재판소는 2016년과 지난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 일부 조항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는데, 이에 따라 법원은 새 법 시행 전 발생한 사건이라도 소급 적용해 업무상 재해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재판장 장낙원)는 ㄱ씨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5일 밝혔다.
공사현장에서 일한 ㄱ씨는 2017년 11월 본인이 소유한 화물차를 타고 출근하던 중 사고를 당해 숨졌다. ㄱ씨 유족들은 지난해 4월 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으나 공단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공단은 산재보험법 개정 이전에 발생한 사건은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구 산재보험법은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 등을 이용하는 등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서 출퇴근 중 발생한 사고만 업무상 재해로 인정했다. 이 조항에 따르면 ㄱ씨는 자신의 차량으로 이동하던 중이었으므로 산재를 인정받을 수 없었다.
그러나 2016년 9월 헌재는 해당 조항이 “사업주의 지배관리 아래 있었다고 볼 수 없는 통상적 방법으로 출퇴근하던 중 발생한 재해가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헌법상 평등원칙에 어긋난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법불합치는 특정 법 규정이 위헌일지라도 해당 규정의 효력이 곧바로 상실될 경우 생길 혼란을 막기 위해 개정법이 마련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법적 효력을 인정해 주는 결정이다.
ㄱ씨 사건은 산재보험법 개정안 시행 이전에 발생했기 때문에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2017년 10월 통상적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하는 중 발생한 사고도 업무상 재해로 보는 개정안이 마련됐지만, 개정안이 시행되는 2018년 1월 이후 발생한 사고부터 산재로 인정하는 부칙이 문제가 된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9월 헌재가 해당 부칙도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하면서 ㄱ씨도 산재 인정을 받을 길이 열렸다. 헌재는 ‘통상적인 출퇴근 사고가 개선 입법 시행일 이후 발생했는지 여부에 따라 보험급여 지급 여부를 달리하는 것은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 취급’이라는 이유로 개정법 부칙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에 재판부는 “(개정 전 법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이 이뤄진 2016년 9월 이후 통상의 출퇴근 사고를 당한 근로자는 새롭게 개정된 조항을 소급적용해 위헌성을 없애야 한다”는 취지로 2017년 11월 사고를 당한 ㄱ씨도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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