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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폐지 주우며 홀로 지내던 89살 할머니 화재로 숨져

등록 2020-01-13 17:24수정 2020-01-13 21:05

서울 북아현동 오래된 단독주택서 화재…이웃 2명 병원 이송
13일 오전 화재로 김아무개(89)씨가 숨진 채 발견된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 1층 단독주택 현장.
13일 오전 화재로 김아무개(89)씨가 숨진 채 발견된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 1층 단독주택 현장.

홀로 지내며 폐지를 주어 생계를 꾸려 온 80대 할머니가 화재로 숨졌다.

13일 오전 9시40분께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 1층 단독주택에서 불이 나 집 안에 있던 김아무개(89)씨가 숨지고, 인근 주민 2명이 대피 과정에서 다치거나 연기를 들이마셔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웃 주민 등의 말을 종합하면, 숨진 김씨는 북아현동에서 30년 남짓 살았으며 폐지를 팔거나 여관 청소 등을 하며 생계를 유지해왔다고 한다. 한 이웃은 “새벽이면 지팡이를 짚고 상자 같은 것을 모아서 생계에 보탰다. 찾아오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화재를 신고했다는 또 다른 이웃도 “가족들이 함께 살자고 했는데, 김씨가 이곳에 남는다고 해서 홀로 살아왔던 것으로 안다. 옷이나 상자를 팔아 생활비로 썼다”며 “날이 좋을 때는 밖에 나가서 활동하기도 했는데 요즘에는 건강이 나빠졌는지 주로 방에 있는 편이었다. 한번 누웠다 하면 일어나기 어려워했다”고 말했다.

<한겨레>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김씨는 차상위 계층으로 기초연금 등 명목으로 매달 34만원을 지원받아 온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지원금 34만원에 폐지나 폐품을 판 돈을 보태 생계를 유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루 세끼 중 한끼 식사는 근처 복지관에서 도시락을 받아서 해결했다.

김씨는 홀몸노인을 매주 1회 방문하는 노인복지관의 방문서비스를 받아왔지만, 지난해 9월 이후 이같은 서비스는 중단됐다고 한다. 방문 때 대화가 잘 안 되었고, 김씨가 전화를 계속 받지 않아 복지관의 방문이 유지되지 못한 것이다. 지난해 12월에는 주민센터 직원이 방문해 김씨의 상황을 직접 확인했지만, 이번 달 3일에는 주민센터에서 보낸 간호사가 김씨의 건강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집을 방문했다가, 김씨가 집에 없어 만나지 못했다.

소방당국은 14일 오전 경찰 등 유관기관과 함께 화재 현장을 합동 감식해 정확한 화재 원인과 피해 규모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글·사진 강재구 기자 j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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