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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장발장은행 5주년…벌금형 받은 장발장 790명에 14억 대출

등록 2020-02-25 13:55수정 2020-02-25 21:24

약하고 가난한 장발장들, 교도소 갈 위기에서 구해온 장발장은행 5년
“노역 가면 일자리, 월셋방 등 모든 걸 잃게 돼…도움 절실”
“이런 못나고 무능한 저도 대출받을 수 있을지…”

홍세화 은행장 “소득 연동형 벌금제 도입해야”
25일 경찰과 업무협약 맺고 사회적 약자 사법 울타리 세우기로
5년 전 장발장은행 출범 당시 기자회견장에 선 홍세화 은행장 모습. 한겨레 자료.
5년 전 장발장은행 출범 당시 기자회견장에 선 홍세화 은행장 모습. 한겨레 자료.

“너무 힘이 듭니다. 벌금형을 선고받고 조금씩은 냈지만 기간은 얼마 남지 않았고 날짜가 다가올수록 숨쉬기 힘들 정도입니다. 노역을 가면 일자리, 월셋방 등 모든 걸 잃게 됩니다. 정말 도움이 필요합니다.”

“개인회생 중인데 벌금형을 받게 됐습니다. 제가 잘못한 것이기에 벌금을 내려고 하지만 수중엔 몇 천 원이 전부입니다. 이런 못나고 무능한 저도 (대출을) 신청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간절합니다.”

25일 ‘장발장은행’(은행장 홍세화) 누리집 상담게시판엔 간절한 사연들이 줄을 이었다. 이 게시판엔 하루에도 이런 상담 글들이 서너 차례 올라온다. 법원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은 뒤 벌금을 낼 돈이 없어 교도소에 갇힐 위기에 놓인 이들의 호소다. 5년 전인 2015년 문을 연 뒤 장발장은행은 가난 때문에 빵을 훔쳤던 장발장처럼, 작은 실수로 생의 낭떠러지에 놓인 약자들을 위한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이날 설립 5주년을 맞은 장발장은행은 현재(21일 기준)까지 7946명(개인·단체)에게서 10억9천만원을 후원받아 790명에게 14억1천만원을 대출했다고 밝혔다. 장발장은행은 무담보·무이자 ‘인간신용은행’을 표방한다. “문턱은 없지만 아무에게나 돈을 꿔주지는 않는 은행”이다. 벌금형을 받은 미성년자, 소년소녀가장, 수급권자, 차상위계층 등 장발장들에게 6개월 거치 1년 균등상환 방식으로 최대 300만원을 빌려준다.

현행법은 벌금형이 확정된 뒤 30일 안에 벌금을 완납하지 못한 이들의 경우 노역을 통해 벌금을 갚도록 하고 있다. 해마다 80만명 안팎의 사람들이 벌금형을 선고받지만, 이 가운데 3만5000여명이 벌금을 갚지 못하고 강제노역을 한다. 소득에 상관없이 모두 같은 벌금을 내는 제도를 고쳐 소득·재산 연동형 벌금제(일수벌금제)를 도입하는 게 장발장은행의 바람이다. 홍세화 장발장은행장은 “법 개정 없이도 소득·재산 연동형 벌금제를 도입할 수 있기에 검찰과 법원의 적극적인 자세가 우리 시대의 장발장들을 줄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장발장은행은 이날 경찰청(청장 민갑룡)과 업무협약을 맺고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사법의 울타리를 만들어가기로 약속했다. 경찰 역시 경미한 범죄나 소년 범죄에 대해 감경 처분 등을 심사하는 경미범죄심사위원회·선도심사위원회 등을 두고 있는 만큼 장발장은행과 서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조력 방안을 협의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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