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새로운 겨울 오는데, 뭣이 중한지도 모르고!

등록 2020-02-29 14:34수정 2020-03-02 10:11

[토요판] 표창원의 여의도 프로파일링
④승승장구 무개념 정치인

‘왕좌의 게임’의 ‘겨울이 온다’
영화 ‘곡성’의 ‘뭣이 중헌디’
교훈 살려야 할 위기 덮쳐와

사익 위해 혐오·분열 선동 정치인
사기꾼·흉악범과 다르지 않지만
처벌은커녕 지지 받고 권력 누려

국가적 중대사 앞에선 ‘협력’하고
정책·이상 실현 위해선 ‘경쟁’해야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28일부터 3월8일까지 지역아동센터와 노인복지관, 경로당 등 이용시설의 휴관을 권고하기로 했다. 사진은 28일 오전 서울 시내 한 경로당에 붙은 임시휴관 연장 안내문. 연합뉴스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28일부터 3월8일까지 지역아동센터와 노인복지관, 경로당 등 이용시설의 휴관을 권고하기로 했다. 사진은 28일 오전 서울 시내 한 경로당에 붙은 임시휴관 연장 안내문. 연합뉴스

전세계에 방영된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Game of Thrones), 그 핵심 주제 중 하나는 ‘겨울이 온다’(Winter is coming)이다. 거센 눈보라와 함께 몰려와 오랜 기간 전 국토를 얼어붙게 하는 기나긴 겨울, 그 자체도 힘들고 고통스럽지만 겨울과 함께 몰려올 좀비 군단 ‘백귀’는 인류를 멸망시켜버릴 수도 있다. 그 거대한 위험 앞에서 그동안 권력다툼을 벌여온 모든 세력은 내전과 정쟁을 멈추고 모두 힘을 합쳐 ‘백귀’를 물리치자고 합의한다.

하지만 세르세이 여왕과 라니스터가는 그 틈을 타 후방에서 스타크가 중심의 연합군 합류 지역들을 공격해 경쟁세력을 몰살하고 왕좌를 영원히 차지하려 한다. 한편, 장안의 화제가 되었던 영화 <곡성>. 극중 효진이는 ‘뭣이 중헌디, 뭣이 중헌지도 모르고!’라고 소리지른다. 이성을 잃고 감정과 의심에 휩싸인 채 제 식구 지키기에만 매달리는 아빠 종구에게 강한 경고를 보낸 것이다. 과연 우리 정치권, 정치인들은 ‘뭣이 중헌지’ 제대로 알고 ‘겨울을 함께 이겨내기 위해’ 바르게 행동하고 있을까?

안팎에서 닥치는 새로운 겨울

‘코로나19’라는 ‘겨울, 백귀’와 온몸을 던져 싸우고 있는 의료진, 공무원, 경기 침체에 시달리는 자영업자, 그리고 불안과 공포를 느끼는 시민들은 ‘부디 정치권 모두 하나가 되어 힘을 보태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런데 선거를 앞두고 권력 쟁취에 혈안이 된 일부 정치인은 오히려 이 위기를 이용해 상대를 공격하며 불안과 공포와 분열을 만들고 퍼트리고 있다. 일부 정치적 종교인과 단체들은 심지어 ‘하나님의 심판’ ‘마귀의 짓’ 운운하는 망언을 서슴지 않는다. 특히 폐쇄적이고 은밀한 포교와 집회 및 집단 접촉 등의 특성으로 인해 집단발병과 지역사회 감염, 전국적 확산의 원인이 된 신천지가 비밀 집회 장소와 예배 교육 등 정확한 전산 데이터 전체를 제출하지 않고 있고, 일부 국회의원과 정치인이 이들을 사실상 옹호하며 정부를 비난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심지어 코로나19 대응 예산 편성과 집행을 막아서며 피해 확산을 바라는 듯한 언행을 마다하지 않는 정치인들도 눈에 띈다. 방역 당국의 경고와 지방자치단체의 집회 금지 통고 조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광장에서는 감염되지 않는다’는 허위사실을 공언하며 대규모 동원 집회를 강행하는 정당과 정치적 종교집단까지 있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다.

비단 코로나19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적인 이익만을 탐하는 선동적 정치와 종교 권력자들의 행태가 지속되는 한 대한민국은 혹독하고 집요하며 다양한 위험으로 엄습해오는 ‘기나긴 겨울’을 이겨낼 수 없다. 우선 ‘기후변화’다. 이미 그린피스 등 환경단체들이 코로나19의 창궐이 기후변화와 무관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듯 이상기후로 인한 다양한 신종 질병의 다발 위험은 이미 현실이 되었다. 가뭄, 홍수, 태풍, 지진 등의 자연재해도 전례 없는 규모로 발생하고 있다. 일촉즉발의 북핵 위기, 남북은 물론 미국 중국 일본 등 주변국 간 긴장과 대립이 한반도를 전쟁 위험으로 이끌 우려도 상존한다. 세계적인 불황과 인공지능 및 로봇 등 자동화로 인한 ‘고용과 노동 없는’ 산업구조로의 급격한 전환 등은 ‘외부로부터’ 오는 ‘예견되고 관찰되는 겨울’의 모습들이다. 한편, 급격한 고령화와 하락하는 출산율, 교육과 취업 기회의 불평등 및 그로 인한 세대와 젠더 갈등, 부동산 불로소득과 부당한 부의 집중과 세습 등은 ‘내부에서 오는 겨울’이라고 할 수 있다. 과연 대한민국은 과거 일제 침략, 동족상잔의 전쟁, 군사독재라는 ‘겨울’들을 이겨냈듯이 더 강하고 길고 위협적인 ‘새로운 겨울’을 이겨낼 수 있을까.

처벌받지 않는 무개념 정치인들

4년간의 의정활동 경험에서 가장 견디기 힘들었고 가장 안타깝게 느끼는 것 중 하나는 ‘뭣이 중헌지 모르고’ 감정 혹은 이해관계에 사로잡혀 국가와 국민 전체의 중대사에 ‘함부로’ 임하고 아무 말이나 뱉어내는 정치인들의 존재다. 심지어 그들이 정당의 대표자나 대변인, 고위 간부로 행세하고 득세하거나 한 지역의 지배 권력자로 군림하며 숱한 문제와 구설, 논란, 불성실 등의 문제에도 불구하고 오래도록 의원직이나 고위 당직 등을 독점하고 있는 현실 앞에서는 모든 공적 의욕과 신념이 무너져 내리게 된다. 평창겨울올림픽을 앞두고 국제올림픽위원회 등 전세계가 환영하고 지지하는 북한의 참가와 남북 공동 입장 등을 막겠다고 시위를 하고, 북쪽 대표가 지날 것으로 예상됐던 파주 통일대교 다리 위에 단체로 누워 창피한 해외 토픽을 만들어낸 정치인들. 이들은 일본의 무도하고 일방적인 강제징용 판결 보복 수출 규제 조처에도 우리 사법부와 정부를 비난하며 일본 편을 들었다. 충격과 슬픔, 고통에 빠진 세월호 피해 가족들을 능멸하고 조롱까지 했다. 한에 사무친 5·18 민주항쟁 학살 피해 가족들 가슴엔 대못을 박았다. 비판적 예술인, 학자, 방송인들을 공개 비난하고, 국민적 사랑을 받은 영화 <변호인>, 그리고 나중에 칸과 오스카 등 세계 영화제를 휩쓸게 되는 영화 <기생충>마저 헐뜯었다.

모두 ‘우리 편이 아닌’ ‘진보 좌파 적대 세력’으로 규정하고 편을 갈라 혐오와 복수의 감정을 쏟아내는 한편, 자기편을 결집시키고 상대방에게 흠집을 내 정치적 이익을 얻기 위한 언행들이다. 그 결과가 국가와 국민에게 해롭고 사회 분열을 야기할 뿐 아니라 자신들의 입지와 위상도 전통적인 지지층의 울타리 안으로만 한정시키는 패착이 되는 것도 몰랐던 것 같다. 다른 쪽에선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둘러싼 호불호를 차이로 나뉘어 내전에 버금가는 싸움을 벌이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그 가족 등에 대한 시각 차이를 드러내는 내·외부 인사에게 무자비한 공격과 비난, 조롱을 쏟아냈다. 결국,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에 분노해 한편이 되었던 개혁 세력이 ‘공정과 정의에 대한 인식의 차이를 이유로’ 서로를 다른 편으로 규정하고 적대시하면서, 정권 비판 세력에 합류하는 수만 점점 불어나고 있다. 코로나19, 경제 위기, 북핵 해결 난항 등 그 어느 때보다 정부에 대한 신뢰와 지지, 국민적 단합이 필요한 때에, 그동안 형성된 감정적 반발이 어이없는 방해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뭣이 중헌디….’ 지난 30년 가까이 각종 범죄와 사건을 접하며 느꼈던 안타까움을 되풀이한 4년이었다. 조금 빨리 가겠다고, 끼어든 차량 운전자가 밉다고, 혹은 괜찮겠지라는 안이한 마음에 과속, 신호위반, 중앙선 침범, 혹은 급제동, 위협운전, 음주운전 등을 행하다가 소중한 생명을 무참히 짓밟은 운전자들. 빚이 많거나 생활이 어렵다고 어린 자녀와 배우자를 살해하고 자살을 시도한 가장들. 나쁜 버릇 고치겠다고 가혹한 아동학대를 자행한 부모나 어린이집 교사 등 보호자들. 돈 때문에 살인하고 무시당했다고 죽이고 이별하고 자신을 떠나려 한다고 살해하는 어처구니없는 흉악범들. 지인과 친인척을 속이거나, 그럴듯한 논리와 사례를 제시하며 무수한 선량한 피해자들의 재산을 갈취한 사기범들. 이들과 무개념 정치인들이 다른 것이 뭘까?

사소한 이익이나 사적 감정 때문에 ‘정작 중요한’ 생명이나 안전, 자유, 인격, 자존감, 신뢰 등 ‘정말 중요한’ 것들을 짓밟고 훼손하고 파괴하는 범죄자들과 공천이나 당선, 주요 당직, 정치적 입지 등 극히 ‘사적인 이익’ 혹은 그 연장선에 있는 당파나 정당의 ‘집단적 이익’을 좇는 정치인들. 상대방을 흠집 내고 아프게 하고 상처 입히고, 공격 욕구와 복수 보복 등 ‘감정 분출’을 하기 위한 언행이나 선동을 하느라 ‘정작 중요한’ 국가의 이익이나 국민 전체의 복지와 행복, 환경의 보존, 사회 통합 등을 저해하고 무너트리는 무개념 정치인들. 이들과 범죄자 사이에, 그 심리나 동기 및 행태에서 큰 차이를 발견하기 어렵다. 하지만 범죄자들 대부분은 법의 심판을 받고 뼈저리게 후회하는 반면, 정치인들 혹은 종교 권력자들은 자기 진영이나 집단에서 지지와 응원, 격려, 보상 및 후원 헌금 등을 받고 그 행태를 지속하거나 오히려 승승장구한다는 엄청난 ‘결과의 차이’가 있다.

‘뭣이 중한지’ 알고 ‘겨울을 이겨내기’ 위해

‘협력 속 경쟁’의 규칙과 방법, 태도와 자세를 배워야 한다. 공정한 경쟁의 장에서 깨끗한 승리를 위한 능력을 갖추는 동시에, 패배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환경과 국가, 국민 전체를 위한 중대한 문제 앞에서는 ‘협력’하고, 서로 다른 정책과 이념, 이상 실현을 위해서는 ‘경쟁’해야 한다. 과거 우리처럼 정치 영역에서 지독한 정쟁과 수준 낮은 선동, 혐오와 복수 감정에 휩싸여 있던 많은 나라가 이를 ‘협력 속 경쟁’의 정치 시스템과 문화로 발전시켰다.

2019년 2월 ‘총리의 친구’(Prime Minister’s Fellow)로 선정되어 뉴질랜드 정부 초청을 받아 방문했다. 저신다 아던 총리와 1시간 대담을 한 뒤엔 제1야당 대표와 같은 시간의 면담 일정이 잡혔다. 총리와 제1야당 면담을 동시에 하는 것을 두고 아던 총리는 “언제든 정권 교체가 이루어질 수 있는데, 외교나 국방 등 중요한 국가적 사안은 집권 정당에 관계없이 ‘국가적 연속성’이 지속되어야 하기 때문에 생긴 관행”이라고 설명했다. 야당 대표 역시 환담 중에 총리나 정부, 여당에 대한 비판은 전혀 하지 않았다. 그 뒤 참관한 국회 본회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경제와 무역 정책을 두고 여야 간 설전이 뜨거웠다. 이후에 발생한 크라이스트처치 테러 사건, 화산 폭발, 대형 산불 등 국가적 사안에서 뉴질랜드 여야 정당들은 ‘초당적 협력’(bipartisan support)을 통해 국민을 안심하게 하고 문제를 효과적이고 안정적이며 바람직하게 해결해오고 있다.

캐나다, 스웨덴 등의 모습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른 나라 사례를 들어 아쉽지만,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예시이기에 참조해야 한다. 아니, 우리에게 다가왔고 앞으로도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닥쳐올 ‘겨울을 이겨내기 위해’ 반드시 정치 변화를 이뤄내야 하기에 모범 사례들을 참고해야 한다. 드라마 <왕좌의 게임>에서는 무수한 세력 중 어떤 한 군대나 집단만의 힘이나 방식으로는 결코 막아낼 수도 물리칠 수도 없는 ‘겨울, 백귀의 공격’, 그로 인한 인류 멸망의 위기 앞에서 정쟁과 내전, 복수와 감정을 모두 뒤로하고 하나로 뭉치기로 결의했다. 마찬가지로, 우리 대한민국 역시 보수나 진보, 여당이나 야당, 중도나 무당파 등 어떤 한 세력의 힘만으로는 결코 우리에게 닥쳐오는 ‘겨울’을 이겨낼 수 없다.

자신의 공천이나 당선, 혹은 자기 세력의 집권이나 권력 유지, 또는 세력 확장에만 혈안이 되어 환경, 국가, 국민 전체의 이익에 반하는 언행을 하는 정치인이나 집단은 드라마 <왕좌의 게임> 속 악녀 세르세이 여왕이나 라니스터 가문처럼, 결국 참혹한 최후를 맞게 될 것이다. 아니 그렇게 되도록 해야 한다. ‘뭣이 중헌지도 모르고’ 차분함과 합리성 및 이성을 멀리하고, 정의와 공정에 대한 믿음을 저버린 채, ‘제 식구 감싸기’와 ‘적대 세력에 대한 공격과 복수 심리’에만 사로잡혀 망동을 일삼는 이들 역시 영화 <곡성> 속 중구네 가족이나 이웃 사람들처럼, 결국 비극적인 결말을 맞게 될 것이다. 정치인들과 정당들이 스스로 ‘협력 속 경쟁’을 향한 자기 혁신을 못한다면, 시민과 사회가 이들을 갈아치우고 정치를 바꿔야 한다. 다가올 4·15 총선이 그 시작이다.

▶표창원: 국회의원이자 ‘범죄 프로파일러’인 표창원 박사가 의원으로서 보고 듣고 겪은 사실과 언론과 정부, 대중 등 정치 환경, 정치인 언행의 동기와 의도 등을 종합·분석해 독자들에게 보고한다. 한국 정치의 병리현상을 해부하고, 문제의 원인을 추적해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국민을 위한 국회와 정치로 발전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염원을 담았다. 격주 연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