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약국에 공급된 공적 마스크를 구매하려고 시민들이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국내에서 코로나19가 번진 지 40일 넘게 지나면서 국민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전반적으로 커진 가운데, 관련 뉴스를 접할 때 ‘분노’를 느낀다는 이가 3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대응에서 질병관리본부(질본)의 신뢰는 높아졌지만, 청와대·언론에는 불신이 커진 현상도 확인됐다.
4일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연구팀이 지난달 25~28일 전국 1천명을 조사해 발표한 ‘국민 위험인식 2차 조사’ 결과를 보면, ‘첫 확진자 발생 이후 한달 뒤 불안이 늘었다’고 답한 이는 85.1%였다. ‘코로나19 뉴스를 접할 때 떠오르는 감정’도 ‘불안’(48.8%)이 가장 많았다. 하지만 이는 약 한달 전인 1월31일~2월4일 실시한 1차 조사(60.2%) 때보다는 줄어든 비중이다. 이번 조사에서 눈에 띄게 증가한 감정은 ‘분노’(21.6%)로, 1차 조사(6.8%) 때보다 3배 이상 늘었다. ‘충격’을 느낀다는 이도 10.9%에서 12.6%로 소폭 늘었다. 반면 ‘공포’는 16.7%에서 11.6%로 조금 줄었다. ‘분노’를 느낀다는 이는 20대와 대구·경북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결과를 두고 유 교수는 “전염병 출몰 초기와 지금의 국민 감정이 달라졌다. 사망자가 늘고, 중요한 예방수단으로 권고한 마스크를 구할 수 없고, 자가격리 규칙을 지키지 않는다는 소식을 접하며 느끼는 불안이 불만·불신과 결합한 것으로 보인다”며 “더욱 세심하고 차별화된 위기소통이 필요하다”고 풀이했다.
한편, 코로나19에 대응하는 공적 주체 가운데선 질본의 신뢰도가 상승했다. 이번 조사에서 질본을 신뢰한다는 응답이 81.1%로 첫번째 조사보다 6.5%포인트 늘었다. 국립대병원·지방의료원 등 공공의료기관의 신뢰도도 72.6%에서 79.3%로 상승했고, 지방자치단체도 52.5%에서 55.4%로 소폭 상승했다.
반면 청와대를 신뢰한다는 답변은 1차 때보다 8.1%포인트 하락한 49.5%, 언론을 신뢰한다는 답변은 6.5%포인트 하락한 39.9%였다.
정부가 지난달 23일 감염병 위기 경보를 ‘심각’ 단계로 올린 것은 적절한 결정이라는 응답이 다수(70.5%)를 차지했다. 이 조처가 코로나19 ‘조기종식’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는 40.8%만 동의했다. 반면 감염병과 ‘장기전’을 뜻할 것이라는 인식에는 74.5%가 ‘그렇다’고 답했다. 이를 두고 유 교수는 “정부가 지속해서 작더라도 성과를 내며 ‘작은 승리’를 축적하는 전략이 중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