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방역전문업체가 경기도 김포의 한 학원을 소독하는 모습. 소독업체 비앤에스코리아 제공
“잠시만 체온 좀 잴게요.” 8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헬스장. 마스크를 쓴 직원이 운동하러 온 회원의 얼굴을 향해 비접촉식 체온계를 들어올렸다. 헬스장 안에서는 50여명의 회원이 마스크를 쓴 채 땀을 흘리고 있었다. 헬스 전용 공간만 약 330㎡(100평)에 이르는 이곳은 2주 동안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휴업을 끝내고 지난 6일부터 다시 영업을 시작했다. 회원들의 개장 요구가 잇따른데다 경제적 손실도 눈덩이처럼 불어났기 때문이다. 대신 출입문 앞에서 사람들의 체온을 점검하고, 공용 수건을 주지 않는 등 ‘코로나19 권고사항’을 엄격하게 지킨다. 헬스장 관계자는 “권고사항을 지키면 운영할 수 있다고 해 다시 열게 됐다. 지자체 소독뿐 아니라 하루에 2~3회씩 자체 소독도 하고 있다”고 했다.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19일까지 연장했지만, 당장 경제적 곤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들은 하나둘씩 영업 재개에 나서고 있다. 사설 방역 등 추가 비용이 만만치 않지만 영업을 계속 중단할 경우 폐업 위기에 내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자칫 영업장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하면 치명타를 맞기 때문에 ‘자가 방역’에 힘쓴다.
12일 찾은 서초구의 한 헬스장도 6일부터 영업을 재개했다. 업체 관계자는 “임대료를 누가 대신 내주는 것도 아니고, 문을 계속 닫고 있으면 회원들에게 환불까지 해줘야 해서 문을 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 업체는 날마다 세 차례 소독기로 ‘자가 방역’을 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초기엔 방역업체를 불렀지만, 매출이 급감하는 터에 10만원의 출장비를 지출하는 게 부담이 됐다. 업체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방역을 하는데 그 비용도 만만치 않다. 20만원을 들여 소독기를 새로 샀고 피톤치드 연무기도 수시로 뿌리고 있다”고 전했다.
학원들도 방역을 강화하면서 영업을 강행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8일 학원과 교습소에 ‘강사·학생 전원 마스크 착용’ 등 방역지침을 준수할 경우에만 영업을 할 수 있도록 행정명령을 내렸다. 학원들은 사설 방역업체를 주로 이용한다. 코로나19 이후 여러 차례 휴원했던 대전의 한 학원은 방역업체를 통해 하루 두세 차례씩 사설 방역을 하고 있다.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 수는 코로나19 이전보다 30% 이상 줄었다. 학원 관계자는 “매출은 크게 줄었는데 방역비용은 추가로 지출하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전문 방역업체들은 면적에 따라 적게는 3만원부터 많게는 10만원대의 출장비용을 받는다. 방역소독 전문회사를 운영하는 방형선씨는 “지난 한달 동안 학원 방역만 150건이 들어왔다. 고객 대부분이 생계를 위해 영업을 재개해야 하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방역을 의뢰한다”고 밝혔다.
배지현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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