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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사학법 투쟁 ‘감사 거부’로 ‘전선 이동’

등록 2006-01-09 15:39수정 2006-01-09 18:17

해외 방문중이던 김진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지난 7일 오후 귀국,사학의 신입생 배정 거부 움직임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실국장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해외 방문중이던 김진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지난 7일 오후 귀국,사학의 신입생 배정 거부 움직임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실국장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사학 ‘감사거부’로 후퇴…정부 “일벌백계”
사학법 반대 투쟁 ‘전선’ 이동…정부 ‘특별감사’로 강공
‘사학법’ 공수의 처지가 바뀌고 투쟁의 ‘전선’이 이동했다. 정부와 사학재단간에 사학법 개정을 둘러싸고 진행되던 공방의 형국이 확 달라진 것이다.

사학법 개정에 반대하며 신입생 배정거부 등의 초강수를 던지면서 대정부 투쟁에 나섰던 사립학교재단들이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 사학재단들은 공세에서 수세로 밀려났다.

2006학년도 신입생 배정 전면 거부를 천명하며 지난 5일 제주 5개 사립학교를 필두로 “구체적 행동”에 나섰던 사립학교 재단들이 여론과 정부의 압박에 밀려 후퇴한 것이다. 제주 5개 사립고교는 지역사회와 동문들의 질타까지 겉잡을 수 없이 쏟아지자 7일 교장단이 “신입생을 배정받겠다”고 돌아섰다. 제주를 선두로 전국적으로 사학들의 ‘신입생 배정 거부’ 확대를 도모했던 사립중고교법인협의회도 8일 긴급회의 뒤 “신입생 배정 수용”으로 선회했다.

하지만 사립중고교법인협의회는 신입생 배정 수용과는 별개로 사학법 무효화 투쟁에는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따라서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올 때까지 사학법 갈등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사학단체들의 “사학법 개정 반대 불변” 입장에도 불구하고 현실적 국면에서 사학단체들의 ‘저지선’은 후퇴했다. 정부의 강력한 감사 의지와 비리사학 수사 계획으로, 사학재단들은 “신입생 수용 거부”에서 “감사 거부”라는 전선으로 물러난 것이다.

김진표 부총리 “중고교부터 철저 감사…사학비리 척결하고 일벌백계”

정부는 9일 사학단체들의 신입생 배정 거부 철회결정에도 불구하고 비리 사학에 대해 교육부·감사원의 합동감사 등 사학비리 척결에 나서기로 했다.

김진표 교육부총리는 9일 정부종합청사에서 열린 전국시도교육감회의에서 “비리 사학 감사는 감독권자의 고유 권한”이라며 “"감사 거부는 법률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김 부총리는 “중고등학교부터 철저하게 감사권 발동해서 사학비리를 척결하고, 일벌백계해서 지금껏 잘못된 관행들이 시정될 수 있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부와 감사원 합동으로 진행될 특별감사 결과 적발된 사학재단의 비리 사례는 즉시 언론에 공표될 예정이다. 교육부는 이와 관련해 시·도별 구체적인 감사대상과 일정을 곧 확정할 방침이다.


시.도 교육감회의 공동 결과발표. 김진표 부총리와 시.도교육감들이 9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이날 오전의 시.도교육감회의 결과를 공동발표하고 있다./하사헌/사회/ 2006.1.9 (서울=연합뉴스) toadboy@yna.co.kr
시.도 교육감회의 공동 결과발표. 김진표 부총리와 시.도교육감들이 9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이날 오전의 시.도교육감회의 결과를 공동발표하고 있다./하사헌/사회/ 2006.1.9 (서울=연합뉴스) toadboy@yna.co.kr

하지만 김 부총리는 종교단체가 설립한 학교에 대해서는 “이미 개방형 이사제를 도입하는 등 투명한 경영을 하고 있다”며 감사 대상에서 제외할 방침임을 시사했다.

9일 오전 제주지역 5개 사립고교의 신입생 예비소집 현장을 돌아본 김영식 교육인적자원부 차관도 “사학에 대한 감사가 이번 문제로 촉발된 것은 사실이지만 연결시키지 않았으면 한다”며 “이번 기회에 전체적으로 점검하는 차원에서 실시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부분 사학이 잘하고 있지만 일부 사학이 부정과 비리 문제로 국민들로부터 지탄을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전면감사로 사학 운영의 투명성과 공명성을 높이는 제도적 개선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사학 “정부 감사 전면 거부” 결의…실제로 가능할까?

그러나 사학들은 정부의 감사를 거부하겠다는 방침이다. 사학단체는 8일 긴급회의에서 신입생 배정 거부 철회와 함께 사학에 대한 정부의 감사를 “전면 거부”하기로 결의했다.

한나라당도 정부의 사학재단에 대한 감사를 강력 비난하며 사학단체를 옹호하고 있어 사학과 정부 간의 갈등은 ‘교육부·감사원 합동감사’를 두고 증폭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청와대 등 정부·여당의 사학비리 조사방침에 대해 “계엄령 선포하듯 협박하는 작태”라고 비난했다. 이규택 최고위원은 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군사정권시절에도 이런 일이 없었는데 민주화 운동을 했다는 사람들이 모기를 잡기 위해 무시무시한 칼과 도끼를 휘두르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 최고위원은 이어 “청와대가 교육부, 검찰, 경찰 등 모든 공권력을 동원해 사학비리를 감사한다는 작태는 국민들로부터 지탄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계진 대변인도 이날 “모든 사학에 대해 감사를 하고 검찰을 동원해 허겁지겁 수사하는 것은 기획사정이자 전형적인 정치보복”이라고 논평했다.

그러나 사학들이 교육부와 감사원의 합동감사 거부 방침과 한나라당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사학들이 정부의 특별감사를 거부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김 부총리는 “학교운영 비리혐의가 포착되면 감사를 실시하는 것은 교육부의 고유 권한이지, 피감독자의 동의를 받을 수는 없다”며 “감사를 거부하는 사학에 대한 법률적 제재는 당연한 것”이라고 밝혀 사학단체의 감사거부 주장을 일축했다. 김 부총리는 또 “일부 사학들이 집단행동에 나서더라도 감독관청으로서 취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조치를 통해 감사권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비리 사학에 대한 정부의 합동 특별감사를 감사 당사자인 사학들이 물리적인 방법으로 거부하고자 할 경우 이는 정당한 저항이 아니고 공무집행 방해에 해당한다.


밝은 표정의 사학 신입생. 9일 오전 제주시 제주여자고등학교 예비소집에 참가한 신입생들이 밝은 모습으로 신입생 관련 절차를 설명한 안내문 등을 받고 있다./김호천/사회/ 2006.1.9. (제주=연합뉴스) khc@yna.co.kr
밝은 표정의 사학 신입생. 9일 오전 제주시 제주여자고등학교 예비소집에 참가한 신입생들이 밝은 모습으로 신입생 관련 절차를 설명한 안내문 등을 받고 있다./김호천/사회/ 2006.1.9. (제주=연합뉴스) khc@yna.co.kr

참교육학부모회 “정부, 철저한 감사로 비리적발시 엄중처벌하라”

한편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는 9일 정부에 대해 사학에 대한 철저한 감사로 비리 적발시 엄중 처벌을 촉구하고 나섰다. 참교육학부모회는 “사학 법인은 여전히 법률 불복종 운동 등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법개정 투쟁을 강력히 전개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며 “이는 기득권을 보호하기 위한 야욕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학부모회는 또 “신입생 거부를 배후조종한 사학법인연합회 회장 등을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신입생 배정 거부로 인한 학부모와 학생의 불안은 외면한 채 사학 법인을 비호하는 한나라당은 국민 앞에 사죄하라”고 요구했다.

다음카페에 개설된 학부모모임 ‘내 자식을 볼모로 잡지 마라’도 이날오전11시 기자회견을 열어 “사학 법인이 신입생 배정거부를 철회했지만 아직도 불안감을 씻을 수 없다”며 “아이들의 학습권이 침해당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사학법 ‘불복종 운동’에 대한 소로의 한마디 “우리는 먼저 인간이어야 한다”

1846년 미국 메사추세츠의 콩코드 호수 주변에 통나무 집을 짓고 은거하던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자신이 동의하지 않는 정부 정책에 대해 ‘시민의 불복종 권리’를 내세우며 저항했다.

미국이 멕시코와 전쟁을 벌이던 당시 소로는 이 전쟁이 노예제도 확대를 위한 것이라며 납세를 거부해 투옥되었다. 소로는 이 경험을 묶어 <시민의 불복종>이라는 책을 출판해, 부당한 공권력에 대한 시민의 불복종 권리를 천명했다. 실정법보다 자연법이 상위에 있다고 보아, 시민의 불복종 권리를 천명한 소로의 이러한 정신은 이후 제3세계와 피압박 계층에게 저항권 투쟁의 논리를 제공했다.


사학법 무효 외치는 한나라당 의원들. 한나라당 제1차 전국위원회가 열린 9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박근혜 대표와 참석 대의원들이 사학법 무효화를 주장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전수영/정치/2006.1.9(서울=연합뉴스) swimer@yna.co.kr
사학법 무효 외치는 한나라당 의원들. 한나라당 제1차 전국위원회가 열린 9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박근혜 대표와 참석 대의원들이 사학법 무효화를 주장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전수영/정치/2006.1.9(서울=연합뉴스) swimer@yna.co.kr

시민의 불복종은 전반적 법체계 전체에 대한 거부라기보다 상징적이고 의식적인 법률 위반이다. 실정법을 어기면서 처벌을 감수하는 시민 불복종운동은 철저한 비폭력적 방법으로 진행된다. 시민 불복족 운동은 도덕적 우위를 점하는 게 무엇보다 자신의 저항을 정당화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현 사학재단이 정부를 상대로 벌이고 있는 ‘사학법 반대 투쟁’과 불복종 운동이 ‘시민의 불복종’과 얼마나 일치하는지는 아래 소로가 말한 바에 비춰보아야 할 일이다.

“우리는 먼저 인간이어야 하고, 그 다음에 국민이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법에 대한 존경심보다는 먼저 정의에 대한 존경심을 기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 <시민의 불복종>)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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