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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05 11:33 수정 : 2005.01.05 11:33

참여연대가 공개한 이기준 전 서울대 총장 판공비 부당 집행 내역 관련 자료. 사진제공 참여연대.




[사진설명]원고보는 교육부총리 이기준 신임 교육부총리가 5일 오전 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기에 앞서 원고를 보고 있다.(서울=연합뉴스)

“이기준 임명 철회 안하면 퇴진운동”
참여연대 회견…서울대 총장 때 판공비 내역 공개

시민사회 등으로부터 강한 사퇴 압력을 받고 있는 이기준 새 교육부총리의 서울대 총장 재직 당시 판공비 부당집행 내역 관련자료가 공개됐다.

참여연대 맑은사회만들기본부는 5일 서울 종로구 안국동 느티나무 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날 임명된 이 부총리의 임명 철회를 촉구하고, 임명이 철회되지 않으면 퇴진운동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이 부총리는 서울대 총장 재식 때 판공비를 부당하게 집행하고,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해 사외이사직을 맡았으며, 공직자 10대 준수사항을 위반하는 등 공직자로서 도덕성에 결함이 있는 인물”이라며 이렇게 밝혔다.


이들은 “이 부총리의 임명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정권차원의 도덕성을 의심하게 하는 것으로, 참여정부의 도덕 불감증이 위험수위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며 “개편이 시급한 건 내각이 아니라 공직자의 도덕성에 대한 청와대의 안일한 인식”이라고 주장했다. 또, “청와대의 인사검증 시스템을 개편하라”고 요구했다.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이 부총리 인선 사유에서 ‘개혁을 추진하다 중도하차했다’는 청와대 관계자의 발언은 명백한 사실 왜곡”이라며 “현정부는 집권 초기를 지나면서 초기의 도덕적 긴장감이 느슨해져 각종 부패 행위가 드러나고 신뢰가 붕괴된 과거 정권의 전철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인상”이라고 말했다.

참여연대는 또 이 부총리의 서울대 총장 재직 당시인 2001년 3월부터 2002년 2월 말 사이 총장 판공비 집행내역 관련자료를 공개했다. 자료를 보면, 이 부총리는 이 기간 동안 4억3400만원의 판공비를 썼다. 판공비 가운데는 이 부총리의 부인 장아무개씨가 법인카드로 20여차례에 걸쳐 100여만원을 사용한 기록도 나와 있다.

이 자료는 지난 2002년 4월 서울대총학생회가 등록금 투쟁을 벌이며 총장실을 점거했다가 찾아낸 것으로, 당시 <한겨레21> 보도를 통해 자세히 공개된 바 있다. <한겨레21>은 이 전 부총리가 부부 명의로 각계 인사에게 추석과 연말 선물 5856만원어치를 쓴 것으로 보도했다. (▶ 한겨레21 기사 전문 )

다음은 참여연대의 기자회견 전문과 이 부총리의 판공비 집행내역 관련자료다.


<기자 회견문>이기준 교육부총리의 임명철회를 요구한다

[사진설명]묵념하는 교육부총리 이기준 신임 교육부총리가 5일 오전 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묵념하고 있다.(서울=연합뉴스)

어제 노무현 대통령이 이기준 전서울대 총장을 교육부총리에 임명하였다. 이 전총장은 공직자로서 요구되는 도덕성에 큰 하자가 있는 인물로 국가의 백년지대계인 교육정책을 총괄하는 교육부총리의 직무를 수행하기에는 부적합한 인물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 전총장에 대한 교육부총리 임명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

주지하다시피 이 전총장은 서울대학교 총장에 재직할 당시 업무추진비를 과다집행하거나 부당하게 집행하고,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해 사외이사직을 맡았으며, 공직자10대 준수사항을 위반하는 등 공직자로서 부적절한 처신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지난 2002년 참여연대는 △부인이 20회에 걸쳐 총장인 법인신용카드를 사용한 부분 △의전경비(매월60만원씩 지출), 비서진특별 활동격려금(매월 175만원씩 지출), 수행경비 등의 명목으로 현금 지출된 부분 △부인과의 공동명의로 과다한 선물을 구입하여 보낸 부분 △이기준 총장이 이사로 있는 한 자선단체의 이사회 비용을 업무추진비로 결제한 부분 등에 대해서 그 지출의 정당성에 의문이 있다면 교육부에 감사와 징계를 요청한 바 있다. 또한 기성회비에서 3억3천만원에 상당하는 업무추진비를 변칙적으로 사용한 것에 대해서도 그 경위를 밝혀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 전총장이 승인 없이 LG의 사외이사를 겸직하고 이에 따른 금전을 수령함으로써 국가공무원법을 명백하게 위반한 사실도 지적한 바 있다. 이 전총장은 국립대인 서울대의 총장으로서 공무원의 신분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공무 이외의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업무에 종사하지 못하며, 소속기관의 장의 허가 없이 다른 직무를 겸할 수 없도록 하고 있는’ 국가공무원법 및 공무원복무규정을 위반했었다. 더욱이 이 과정에서 지급받은 연구비액수를 거짓으로 말했다가 곧 사실이 아님이 드러나기도 했다.

다른 한편 언론은 이 전총장이 명절 때 업무추진비를 이용, 각계 인사에게 갈비세트를 선물했다고 보도했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가액 5만원을 초과하는 선물을 주고받은 행위를 금지한 공직자 10대 준수사항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다. 당시 공직자 10대 준수사항은 직무와 관련된 선물은 가액의 다과를 불문하고 금지시키고 있으며 직무와 관련 없는 선물이라고 할지라도 5만원이 초과한 경우 이를 금지하고 있었다.

이같은 이유로 이 전총장은 학내외의 지탄을 받아 서울대 총장직을 불명예스럽게 퇴진한 인물이다. 당시 교육부의 감사와 징계가 이뤄지지 않은 것은 이미 이 전총장이 사퇴함으로써 감사와 징계의 실익이 상실되었기 때문이었다. 이처럼 서울대 총장으로서도 부적절한 인물을 교육부장관에 임명한 것을 수긍할 수 있는 국민은 없을 것이다.

참여연대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주목하는 것은 비단 도덕적 자질이 충분하지 않은 인물을 부총리에 임명한 것을 넘어 참여정부가 임명대상 고위공직자에게 들이대는 도덕성의 잣대가 국민의 요구로부터 한참 멀어져 있다는 점이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사외이사 논란, 업무추진비 부당집행 등의 문제를 청와대가 사전에 몰랐을리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학교내에서뿐만 아니라 언론과 관련단체에 의해 수차례 지적되어 온 사항이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전총장을 교육부총리에 임명한 것은 청와대가 이 정도면 공직자로서의 도덕성에 큰 결함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정찬용 인사수석 역시 “모두 흉이 있기 마련이며 다만 그것이 결정적이냐의 문제”라며 이기준 전총장의 결격 사유는 결정적이 아니었다고 발탁 배경을 설명했다.

참여정부의 이같은 행태는 과거에도 지속되어 왔다. 참여연대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고위공직자의 윤리적 문제를 바로잡도록 요구해 왔다.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하여 직무와 이해충돌을 일으킨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 삼성경제연구소에 김병기 전 기획관리실장을 취업하도록 인사청탁을 한 이헌재 재경부총리, 출판기념회 비용을 대납케 한 한승주 주미대사, 특정기업에 행사분담금 부담을 강요한 양정철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등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요구한 것이 그것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지금까지 이러한 요구를 철저히 무시해왔다. 오히려 도덕적 자질이 부족한 인사를 교육부총리, 주미대사 등 고위공직에 거침없이 임명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참여정부의 도덕 불감증이 위험수위에 달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정권차원의 도덕성을 의심받게 하는 것이다. 권력의 속성상, 그리고 과거 정권의 경험에서 미뤄 짐작할 수 있듯이 집권초반기를 넘어서면서 초기의 도덕적 긴장감이 느슨해지면서 각종 인사문제, 부패행위가 드러나고 결국 정권에 대한 신뢰가 붕괴되었던 전철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도덕성은 공직을 수행하기 위한 최소한의 필요조건이다. 장관에게 요구되는 능력과 소신, 개혁성, 정책결정 및 집행능력은 엄격한 도덕성의 기반위에 자리할 때에야 비로소 유의미한 것이다. 개편이 시급한 것은 내각이 아니라 공직자에게 요구되는 도덕성에 대한 청와대의 안일한 인식이다. 이제라도 이 전총장의 교육부총리 임명을 철회하고 즉시 청와대의 인사검증시스템을 개편해야 한다. 만약 임명이 철회되지 않는다면 참여연대는 이기준 교육부총리에 대한 퇴진운동도 불사할 것이다.

2005년 1월 5일 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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