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8일 오전 9시41분께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서관 입구 앞.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김미리)의 심리로 열리는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 사건의 첫 공판을 위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모습을 나타내자, 폴리스라인 바깥에서 고성이 쏟아졌다. ‘부끄러운 조국’이라 적힌 붉은색 손팻말을 든 한 무리의 시민들은 “조국 머리 숙여. 조국을 구속하라”고 고함을 질렀다. 바로 옆 다른 무리의 시민들은 “조국은 무죄다. 조국 힘내세요”라고 맞불을 놓았다. 고성 가운데에 선 조 전 장관은 “검찰이 왜곡하고 과장한 혐의에 대해서 사실과 법리에 따라 하나하나 반박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서관 앞은 이른 아침부터 경찰과 시민·기자들로 붐볐다. 조 전 장관의 법정 출석 모습을 보러 온 일부 시민들은 새벽 7시20분께부터 법원 앞에서 조 전 장관의 출석을 기다리기도 했다. 경찰은 서초경찰서 등에서 동원된 경찰인력 300여명을 법원 앞에 소집시킨 뒤, 동선을 점검하고 포토라인 주변을 지키는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군데군데 모인 사복경찰들은 ‘일부 유튜버들이 물건을 던지는 등 돌발적인 행동을 할 수 있으니 이를 잘 대비해야 한다’며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마침내 조국 전 장관이 오전 9시41분께 모습을 드러내자, 길게는 두 시간 넘게 기다렸던 시민들 사이에서는 고성이 터져 나왔다. 남색 정장 차림으로 하얀 마스크를 쓴 채 포토라인에 선 조 전 장관은 ‘피고인’ 신분으로 처음 법정에 온 소감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작년 제가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된 후에 저를 최종목표로 하는 검찰의 전방위적 저인망 수사가 있었다. 마침내 기소까지 되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조 전 장관은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며 “그렇지만 이유 불문하고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고 말했다.
이어 조 전 장관은 “오늘부터 저는 법정에 출석한다”며 검찰이 기소한 내용을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조 전 장관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렇지만 지치지 않고 싸우겠다”고 말했다. 언론을 향해서는 “검찰의 공소사실만을 일방적으로 받아쓰지 말아달라. 오늘부터 전개되는 법정에서도 변호인의 반대신문 내용도 충실히 보도해주길 바라마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 전 장관은 그 뒤 “감찰 무마 혐의를 부인하느냐”는 등의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고 법정에 들어갔다.
이날 법정에는 조 전 장관과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근무하면서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비위 감찰을 무마한 혐의를 받는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과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도 피고인 신분으로 출석했다. 조 전 장관 쪽은 오전 재판에서 “조 전 장관이 민정수석의 최종 결정권을 행사해 감찰을 종료한 것으로 직권남용이 성립하지 않는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임재우 조윤영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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