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외계인 ‘선빵’에 맞서는 인간 군상들

등록 2020-05-09 08:00수정 2020-05-09 15:30

[토요판] 최태섭의 어른의 게임
20. 미지와의 조우 ‘엑스컴 키메라스쿼드’
2K 누리집
2K 누리집

엑스컴 시리즈는 외계인에 대한 음모론과 미스터리를 기반으로 만든 게임이다. 이 게임에서 우리는 지구를 침략한 외계인에 맞서는 특수부대인 엑스컴의 사령관이 되어야 한다. 1994년 마이크로프로즈와 미소스게임스가 공동으로 제작한 ‘엑스컴 유에프오디펜스’(X-com: UFO defense. 유럽판 원제목은 UFO: Enemy Unknown)가 많은 인기를 얻었고, 후속작, 외전, 아류작들이 나왔지만, 최초의 명성에 버금갈 만한 작품은 오랫동안 나오지 못했다. 그러던 중 2012년 ‘문명’ 시리즈로 유명한 파이락시스게임스에서 전격적인 리부트를 단행하여 출시한 ‘엑스컴: 에너미 언노운’(XCOM: Enemy Unknown)이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시리즈의 명맥을 이어나갈 수 있게 되었다. 이어서 2016년에는 ‘엑스컴2’가 출시되어 마찬가지로 호평을 받았고, 올해 4월24일 시리즈의 외전 격인 ‘엑스컴 키메라 스쿼드’(XCOM: Chimera Squad)가 깜짝 출시됐다.

2012년판 엑스컴에서 게이머는 전세계 지도자들의 조직인 ‘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설립되어 외계인에 맞서는 특수부대인 엑스컴의 사령관이 된다. 그러나 후속작인 엑스컴2는 사령관과 요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인류가 외계인에게 패배했으며, 어드밴트라는 괴뢰정부와 외계인으로 구성된 ‘평화유지군’에 의해 통치되고 있는 암울한 미래에서 시작한다.

게이머는 사령관으로서 다양한 과업들을 처리해야 한다. 우선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는 외계인들의 공격과 음모에 맞서 요원들을 보내 맞서는 것이 가장 중요한 임무다. 동시에 부대의 운영과 자원관리에 힘써야 하고, 외계인의 기술을 연구해 그들에 맞설 신무기도 개발해야 하며, 요원 선발과 훈련에도 관여해야 한다.

하지만 이 게임의 백미는 무엇보다도 전투다. 전투 방식은 체스나 장기를 상상하면 된다. 외계인들은 다양한 종족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서로 다른 능력과 특성을 가진다. 우리 편의 병사들 역시 병과에 따라서 다른 능력을 갖고 있다. 전장에서의 시야는 한정적이고, 준비 없이 적과 조우하면 손쓸 틈도 없이 공격을 당하게 되므로 전략적으로 신중하게 움직여야 한다. 전투 중 사망한 병사는 전사자로 기록되며 다시 게임에 등장하지 않는다. 게임의 후반으로 갈수록 베테랑 요원의 중요성이 커지는 만큼, 숙련된 병사를 잃는 것은 플레이를 어렵게 만든다. 난이도를 조정할 수 있지만 초심자에게 친절한 게임은 아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초반부터 이런저런 이벤트들이 휘몰아치는데, 무기나 병사의 상태는 형편없기 때문이다.

잘 알지 못하는 미지의 적이 우리를 노리고 있다는 상상은 공포와 매혹을 동시에 일으키는 소재다. 특히 엑스컴은 이를 단순히 서술하는 것이 아니라, 특유의 타이트한 게임플레이를 통해 체감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게임이라는 매체가 갖는 매력을 잘 드러내준다.

동시에 이런 점에서 최근에 발표된 외전인 키메라 스쿼드가 보여주는 변화는 특기할 만하다. 이 게임은 엑스컴2에서 어드밴트를 무너뜨리는 데 성공한 이후의 이야기를 다룬다. 인간과 외계인이 공존하는 시티31이라는 도시를 배경으로 거대한 눈을 가진 전형적인 외계인이나, 뱀처럼 생긴 외계인들을 동료로 삼아 범죄를 저지하는 것이 게임의 새로운 목표다.

미지의 존재에 대한 인간의 반응은 적대 혹은 숭배라는 양극단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가 그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면 지배하려고 한다. 비록 외계인들이 ‘선빵’을 날렸다곤 하지만, 엑스컴이 묘사하는 외계와의 조우도 정확히 비슷한 궤적을 보여왔다. 외계인을 생포해 고문하거나 해부하는 것이 게임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었을 정도다. 하지만 키메라 스쿼드는 인류를 해하려 하거나 죽어서 시체가 된 미지의 존재가 아니라 동료로서 생사고락을 함께하는 외계인들을 만날 수 있다. 모르긴 몰라도, 이쯤 되면 인간들 사이의 작은 차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닌 게 되어 있지 않을까 싶다.

사회학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