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변호사회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원순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가 우려되는 글을 올린 진혜원 대구지검 부부장검사에 대한 징계를 요청했다.
여성변호사회는 15일 검사 징계위원회에 진 검사에 대한 징계심의를 청구해달라고 대검찰청에 공식적으로 요청했다. 진 검사가 지난 13일 박 시장 성추행 의혹을 고소한 피해자를 조롱하는 듯한 글을 올렸고 이를 문제 삼은 것이다. 진 검사는 이 글에서 박 시장과 팔짱을 끼고 찍은 사진과 함께 “몇 년 전 종로에 있는 갤러리에 갔다가 평소 존경하던 분을 발견했다. 한 분도 아니고 두 분이나! 냅다 달려가서 덥석 팔짱을 끼는 방법으로 성인 남성 두 분을 동시에 추행했다”고 적었다. 진 검사는 “페미니스트인 제가 추행했다고 말했으니 추행이다. 권력형 다중 성범죄”라고도 했다. 진 검사는 이어 “고소장 접수 사실을 언론에 알리고, 고인의 발인 일에 기자회견을 하고, 선정적 증거가 있다고 암시하면서 2차 회견을 또 열겠다고 예고하는 등 넷플릭스 드라마 같은 시리즈물로 만들어 ‘흥행몰이’와 ‘여론재판’으로 진행한다”고도 썼다.
진 검사가 이런 내용의 글을 올린 뒤 여성변호사회 내부적으로 현직 검찰 간부가 권력형 성폭력 범죄로 의심되는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줄 수 있는 글을 쓴 것은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많았고 이에 따라 징계 요청으로까지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여성변호사회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진 검사가 쓴 글은 검사징계법에 규정된 사유인 ‘검사로서의 체면이나 위신을 손상하는 행위’에 해당한다”며 “진 검사는 공무원으로서 지켜야 할 공정하고 진중한 자세를 철저히 망각하고 피해자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경솔하고 경박한 언사를 게재해 검찰 전체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실추시키며 국민에 대한 예의를 저버렸다”고 지적했다.
앞서 여성변호사회는 지난 14일 성명서를 통해 “박 시장이 자신에 대한 책임을 죽음이라는 가장 극단적인 방법을 택한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지만 권력형 성폭력 범죄로 의심되는 피해자의 주장이 존재하는 만큼 박 시장을 지나치게 영웅시하거나 미화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며 “특히, 피해자의 피해 사실을 알려고 하거나 신상털기 등으로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심각한 상황으로, 이는 피해자뿐만 아니라 현재 용기를 내지 못하고 있을 수많은 피해자의 고통을 가중하는 일일 뿐이며 즉시 중단돼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여성변호사의 진 검사 징계 요청에 대해 대검 관계자는 “아직 공식적으로 징계 요청 공문이 접수되지 않아 어떤 성격인지도 확인하지 못한 상태라서 감찰 여부를 단언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조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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