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서울시청 앞에 마련된 고 박원순 서울시장 분향소에서 시민들이 조문을 하고 있다.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박원순 전 시장의 죽음과 강제추행 고소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피해자(고소인)와 서울시 관계자들의 진술이 엇갈림에 따라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하기 위한 대질신문과 거짓말탐지기를 활용한 수사를 검토중이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4일 오전 “현재까지 박 전 시장의 성추행 방임 의혹과 관련해 참고인 20명을 조사했는데 피해자와 참고인의 진술이 다른 부분이 있다”며 이렇게 밝혔다.
피고소인인 박 전 시장의 죽음으로 공소권이 소멸돼 강제추행 사실을 입증하기 어려워진 피해자는 대질신문에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가 대질신문 의사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고 참고인들도 일부 대질신문을 수용했다”며 “수사를 위해서는 과감하게 대질신문을 하는게 맞지만 피해자가 정신적으로 힘들어하고 있어서 의사 등 전문가들을 통해 대질신문이 피해자가 수용할 수 있는 것인지를 검토하고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서울시 관계자와 참고인에 대해 동의를 구하고 거짓말탐지기 활용한 조사도 계획중이다. 하지만 강제성이 없는 상황에서 참고인이 얼마나 거짓말탐지기를 활용한 조사에 임할지는 미지수다.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 등 8개 시민단체 대표자들이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폭력 사건’과 관련해 28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직권조사 발동 요청서를 전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앞서 지난달 24일 박 전 시장의 유족 쪽에서 경찰의 휴대전화 압수수색에 대해 준항고를 제기하면서 박 전 시장의 휴대전화 포렌식 작업이 중단되는 등 경찰 수사는 난항을 겪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사실상 수사가 어려움이 있다. 법원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한 사유가 있는데 그 부분을 보강할 만한 진술이나 증거가 아직 확보가 안됐다. 수사의 강도를 높이고, 증거를 보강해 영장 재청구 여부를 검찰과 협의하겠다”고 했다.
경찰은 온라인에서 이뤄진 피해자에 대한 2차가해와 관련해 클리앙과 디시인사이드 등 인터넷 커뮤니티를 수사해 악성댓글을 게시한 8명을 입건했다. 아울러 ‘피해자가 작성한 고소장’이라며 온·오프라인에서 공유된 문건 유출 혐의를 받는 피해자의 어머니가 알고 지낸 교회 관계자 등 5명도 입건해 수사 중이다.
이재호 기자
p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