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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의사들 휴진 메우려다 간호사들 쓰러져간다

등록 2020-08-25 19:15수정 2020-08-26 02:45

코로나에 집단휴진 공백 짊어져
“전공의 없어 치료·처방까지…”
의사업무 대신하는 불법 내몰려
보건의료노조 병원 현장점검 결과
10곳 이상이 의사 고유업무 떠맡겨
전국 의사 2차 총파업을 하루 앞둔 25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전임의들이 손팻말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 의사 2차 총파업을 하루 앞둔 25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전임의들이 손팻말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사들의 집단휴진 사태 속에 코로나19가 재확산하자 코로나 최전선에서 의사들의 업무 공백까지 메워온 간호사들이 ‘번아웃’(탈진)을 호소하고 있다. 진료가 미뤄진 환자들의 불만에 응대하는 건 물론이고 일부 간호사들은 약 처방이나 시술 등 의사들의 고유 업무까지 대신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24일 서울의 한 종합병원 격리병동에서는 코로나19 감염환자의 혈중 산소포화도가 떨어지며 상태가 나빠지는 일이 발생했다. 하지만 산소 주입 등 의사 결정을 내릴 전공의는 집단휴진에 참가해 병동에 없었다. 다급해진 간호사 ㄱ씨가 당직 교수에게 전화했지만 그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40여명의 격리병동 환자를 돌보던 4명의 간호사들은 발만 동동 굴렀다. 앞서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정세균 국무총리와의 면담에서 ‘코로나19 대응 업무엔 복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25일 오후까지도 이 병원의 전공의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이날 ㄱ씨는 <한겨레>에 “코로나19와 집단휴진으로 간호사들이 지쳐가고 있다. 치료가 늦어지면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일부 병원에선 의사들이 하던 업무를 간호사들이 떠맡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경기도의 한 종합병원에선 최근 “전공의 휴진으로 처방할 의사가 없을 경우에 한해 피에이 간호사가 약물 처방 업무를 하라”고 공지했다. 약물 처방은 주로 전공의가 맡는데, 이를 진료보조인력인 피에이 간호사(PA·Physician Assistant)들에게 맡긴 것이다. 간호사가 약 처방을 하거나 의사 업무를 대신 하는 행위는 불법이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이 인턴·전공의 파업 이후 이날 오전까지 조사한 현장점검 결과를 보면 10곳이 넘는 병원에서 의사 고유 업무인 처방·치료까지 간호사들이 대신 하고 있었다. 서울의 종합병원에 근무하는 피에이 간호사도 “최근 교수님이 항암치료 관련 시술을 급하게 알려줘서 대신 했다. 긴박한 상황이었지만 위법 소지가 있어 너무 불안하다”고 말했다.

치료의 촌각을 다투는 중환자실에서도 업무 지시가 늦어져 간호사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에 근무하는 간호사 ㄴ씨는 “인턴과 전공의 여러명이 나눠서 하던 일을 담당 교수가 혼자서 하고 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교수도 지쳐가고 있다. 동시에 여러 환자가 위급해지면 사실상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어 마음을 졸이고 있다”고 전했다. 의사들의 부재로 진료가 늦어지거나 수술이 취소되는 경우도 속출하는 상황에서 환자들의 불만을 달래는 것도 간호사들의 몫이다. 코로나19로 수도권에서 몰려들고 있는 격리 환자들의 경우 각종 민원으로 간호사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서울의 또 다른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ㄷ씨는 “환자의 가족들이 전화해 몇 시간씩 경과나 상황을 묻고, 환자들이 외부 음식을 반입해달라거나 물리치료사를 불러달라는 등 무리한 요구를 하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간호사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인 널스스토리에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업무를 소화해야 하는 상황에 대한 불만이 쏟아졌다. 한 간호사는 “의사 휴진에 따른 대책을 내놓으라고 하니, 병원에서 ‘피에이 간호사 24시간 근무’를 대책으로 내놨다. 우리가 이렇게 가만히 일하고 있으면 정부에서 나중에 ‘묵묵히 일 잘했다’며 처우를 개선해줄지 의문이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날 보건의료노조는 입장문을 내어 “의사인력 확충은 국민의 건강권을 어떻게 보장할지에 대한 문제”라며 “정부는 의사단체가 아닌 다양한 직종이 참여하는 사회적 논의기구(보건의료인력정책심의위원회)를 구성해 보건의료인력 확충과 지원 방안 등을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재호 박윤경 기자 p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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