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장애 비하 발언에 최고 수준의 조처인 ‘권고’ 결정을 내렸다. 정치권 인사들의 잇단 장애 차별·혐오 발언에 대한 경고로 풀이된다. 인권위는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의 ‘절름발이 총리’ 발언에 대해서도 곧 입장을 낼 계획이다.
인권위는 이해찬 대표의 장애 비하 발언과 관련해 민주당에 “차별행위를 중단하고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고 26일 밝혔다. 이 대표 쪽에 장애인 인권교육 수강도 권고했다. 앞서 1월 민주당 공식 유튜브 영상에서 이 대표는 장애가 있는 총선 출마자를 소개하며 “선천적인 장애인은 의지가 약하지만 사고로 장애인이 된 분들은 원래 ‘정상적’으로 살던 것에 대한 꿈이 있어 의지가 강하다”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장애를 ‘비정상’ 상태로 규정한데다 선천적 장애인에 대한 차별적 인식을 드러낸 발언이었다.
인권위가 정치인의 발언에 단순한 입장 표명이 아닌 권고 수준의 강경한 입장을 내놓은 것은 이례적이다. 이 대표는 2018년에도 “정치권에 정상인가 싶을 정도로 정신장애인들이 많이 있다”고 말해 거센 비판을 받았다. 인권위는 당시 장애인 단체들이 낸 차별 진정을 1년 넘게 질질 끌다 각하 처리했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 등을 공고화해 인권침해를 정당화할 수 있다”고 짚었으면서도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는다”며 각하한 것이다. 이 때문에 ‘인권위가 정치권 눈치보기만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이날 성명을 내어 “그동안 눈치만 보면서 각하·주의·의견표명으로 그쳤던 태도에 비해 인권위가 의미있는 결정을 했다”고 평가했다.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는 정치권의 ‘막말’ 논란은 특정 정당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해 8월엔 황교안 전 통합당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 미사일 도발에 벙어리가 돼버렸다”고 말해 장애인 단체 등으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이에 무소속 홍준표 의원은 “달을 가리키니 손가락만 쳐다보는 외눈박이 세상”이라며 말을 보탰다. ‘벙어리’와 ‘외눈박이’는 모두 장애인차별금지법이 금지한 차별 표현이다. 인권위는 이르면 다음달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의 “절름발이 총리” 발언과 황교안 전 대표의 “키 작은 사람은 (투표용지를) 자기 손으로 들지도 못한다”는 발언에 대해서도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정치권의 말은 언론에 그대로 옮겨지는 만큼 파급력이 크다. 지난 6월 인권위가 공개한 국민인식조사에서 ‘정치인·언론의 혐오 조장을 규제해야 한다’는 데 응답자 87.4%가 찬성 의견을 밝히는 등 높은 공감대를 보였다. 김수아 서울대 기초교육원 교수는 “정당은 당 차원 인권교육의 실효성을 높이고 언론도 정치인의 비하 발언을 맥락 없이 옮기는 등 무분별한 보도 행태를 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그동안 해오던 성인지·장애인 인권교육을 강화하는 방안을 생각 중”이라고 밝힌 상태다.
박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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