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병사들이 한 후임병을 대상으로 반년 넘게 성추행을 포함한 가혹행위를 벌여왔다는 주장이 나왔다. 가해 병사가 전역한 뒤에도 이 부대 선임병들은 ‘인수인계’까지 벌이면서 조직적으로 가혹행위를 이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군인권센터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7월까지 해병대 1사단 소속 한 병사가 같은 중대 선임병 여러 명에게서 성추행을 비롯한 가혹행위를 당해왔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1일 밝혔다. 제보 내용을 보면, 지난해 12월 해병 1사단에 배치된 피해자는 지난 1월부터 소속 소대 최선임인 ㄱ병장으로부터 성추행과 폭행을 당했다. ㄱ병장은 시도때도 없이 바지를 벗고 피해자에게 자신의 하반신을 보여주거나 얼굴에 몸을 들이대는 등 성추행을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동료 병사들이 ㄱ병장을 제지하기도 했지만, ㄱ병장이 건물 복도 등 공개된 장소에서도 이런 가혹행위를 일삼아 왔다는 게 피해자 쪽의 설명이다.
ㄱ병장은 전역을 앞둔 3월부터는 후임인 ㄴ상병과 함께 가혹행위를 이어왔다는 주장도 나왔다. ㄱ병장과 함께 피해자를 괴롭히기 시작한 ㄴ상병은 기상시각인 오전 6시부터 흡연·과업·세면·취침 시간을 이용해 매일 십여차례 이상 성추행과 폭행을 일삼았다고 피해자는 밝혔다. 성추행 등 가혹행위를 하는 동안 ㄴ상병은 피해자에게 “차렷 자세는 부동자세”라며 가만히 있으라고 강요하거나, “감사합니다”라고 답하도록 강요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해자들은 “너는 해병대 일병”이라며 “참아라”라고 강요하기도 했다고 한다. 피해자는 군인권센터에 ‘또다른 ㄷ병장, ㄹ병장도 공모해 침대 위에 결박한 상태로 추행을 벌이기도 했다’고 호소했다.
군인권센터는 “선임을 신고하는 해병은 해병의 적이라는 지침은 해병대에서 오랫동안 내려온 악습으로, 해병대에서 발생하는 모든 가혹행위를 지속하게 하는 주요한 원인 중 하나”라며 “범행이 반년 넘게 밤낮없이 부대 곳곳 공개된 장소에서 이뤄졌음에도 소속부대 간부들은 단 한 명도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센터는 “간부들이 병영 관리를 하긴 하는 것인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라고 짚었다. 피해자는 군인권센터의 도움을 받아 군 검찰에 ㄱ병장 등을 군형법상 강제추행·특수강제추행·상습폭행 혐의로 고소했다.
채윤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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