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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단독] 장마 길어지는데… ‘적중률 11%’ 유명무실 산사태 위험등급

등록 2020-09-08 04:59수정 2020-09-08 08:14

역대 최장 장마로 인명피해 발생
9곳 중 8곳이 ‘위험 없음’ 5등급
1등급 분류된 곳은 전북 장수뿐
예보 사전 발령도 ‘단 두 건’ 그쳐
평택·담양 땐 아예 경보도 없어
“산 경사만 가지고 판단해 무의미”
제10호 태풍 '하이선' 영향으로 폭우가 쏟아지면서 7일 오전 경남 거제시 문동동 한 아파트 앞 절개지가 무너져 아파트 현관을 덮쳤다. 연합뉴스.
제10호 태풍 '하이선' 영향으로 폭우가 쏟아지면서 7일 오전 경남 거제시 문동동 한 아파트 앞 절개지가 무너져 아파트 현관을 덮쳤다. 연합뉴스.

올여름 역대 최장 장마기간 동안 산사태로 9곳에서 19명이 목숨을 잃었지만 이 가운데 8곳은 산사태 위험지도에서 ‘위험 없음’ 등급으로 분류돼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9곳 중 7곳엔 산사태 예보도 발령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돼, 허술한 산사태 위험관리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한겨레>가 맹성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입수한 산림청 자료를 분석해보니, 이번 장마기간 산사태로 인명피해가 있었던 지역 9곳 중 17명의 목숨을 앗아간 8곳은 모두 산사태 ‘위험 없음’ 지역으로 분류돼 있었다. 산림청은 도로, 건물 등 인위적 요소와 지형의 경사, 경사면 길이, 지질과 지형, 지형습윤지수 등 자연적 요소를 함께 분석해 산사태의 위험등급을 매기는데 1등급(매우 높음), 2등급(높음), 3등급(낮음), 4등급(매우 낮음), 5등급(없음) 순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이장 부부를 포함해 5명이 목숨을 잃은 전남 곡성 산사태(8월7일), 일가족 3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기 가평 펜션 산사태(8월3일), 노동자 3명이 목숨을 잃은 경기 평택 반도체공장 산사태(8월3일) 등은 산사태 위험등급 최하 등급인 5등급이었다. 1등급으로 평가된 곳은 지난 8일 산사태가 일어나 50대 귀촌 부부가 목숨을 잃은 전북 장수지역뿐이었다. 위험등급은 산림청 누리집에 공개된 ‘산사태 위험지도’에서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장마기간 동안 인명피해가 발생한 산사태 지역 4곳을 현장답사한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교수(토목공학)는 “산사태는 주로 사람들이 건물이나 도로를 만들기 위해 깎은 절개지에서 발생하는데, 산림청은 산의 경사만 가지고 위험등급을 분류해 아무런 의미가 없는 지표”라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또 예상을 빗나가는 이상기후에 대비하려면 “주민들이 산 중턱에 집을 지을 땐 꼭 견고한 콘크리트 구조물을 짓고, 2m 높이 이상의 옹벽을 치는 등 안전장치를 마련하도록 규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산림청이 운영하는 ‘산사태 정보 시스템’도 ‘뒷북 예보’에 그쳤다. 산림청은 권역별 기준으로 토양함수지수(토양이 수용 가능한 물의 양)가 80%를 넘으면 산사태 주의보를 발령하고, 100%가 되면 산사태 경보를 발령한다.

그러나 9곳 중 산사태 예보가 내려진 곳은 충북 충주(8월2일)와 전북 장수(8월8일) 두 곳뿐이었다. 5명이 숨진 전남 곡성에선 지난달 7일 산사태가 일어난 뒤 하루가 지나서야 산사태 경보가 내려졌다. 경기 평택(8월3일)과 전남 담양(8월8일)은 아예 산사태 경보조차 없었다. 산림청이 산사태 예보를 발령하지 않으면 지방자치단체 단위에서도 산사태 위험을 알 수 없고, 결국 주민들은 아무런 통보를 받을 수 없다.

거듭되는 산사태 피해를 막으려면 각 부처로 나뉘어 있는 ‘칸막이 행정’부터 재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산림청), 건물(지방자치단체), 도로(국토교통부)가 제각각 따로 노는 산사태 위험정보 분석체계를 하나로 통합해야 한다는 것이다. 맹성규 의원은 “기후변화로 산사태와 같은 자연재난이 일상화되고 있는 가운데 산사태 통합관리시스템 구축 등으로 재해 사각지대를 줄이고 재난의 예측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p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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