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명동 거리에 이 가게 문을 연 첫날, 아마 세상을 다 가진 듯했을 게다. 코로나19로 속절없이 장사를 작파하던 날, 당장의 생계 걱정과 치미는 울화로 밤잠을 설쳤을 게다. 지난 9일 명동의 한 가게가 폐업하고 정리한 모습이다. 올해 4월부터 석달 동안 서울에서만 2만개 넘는 가게가 문을 닫았고, 남대문시장의 ‘백년가게’ 한군데도 더는 버티지 못하고 3대째 이어온 가업을 정리했단다. 전국의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열명 가운데 일곱명이 ‘폐업을 고려하고 있거나 폐업 상태에 빠질 것’이라고 응답했다. 정직하게 땀 흘려 제 밥벌이 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나가떨어지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앓다 죽으나, 굶어 죽으나” 악에 받친 소리가 터져 나올 지경이다.
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