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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삼성 반도체 공장 노동자 희귀질환 16년만에 ‘산재 승인’

등록 2020-09-15 19:00수정 2020-09-15 19:05

웨이퍼막 세척 작업…‘시신경 척수염’ 발병
법원 “산재증명 책임 근로자에 불리해선 안돼”
반올림 회원들이 서울 근로복지공단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반도체 피해 노동자에 대한 산업재해 인정을 요구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반올림 회원들이 서울 근로복지공단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반도체 피해 노동자에 대한 산업재해 인정을 요구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희귀질환에 걸린 노동자가 퇴사한 지 약 16년 만에 산업재해 승인을 받게 됐다.

서울행정법원 5단독 손성희 판사는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근무하다가 ‘시신경 척수염’에 걸린 ㄱ씨가 요양 불승인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5일 밝혔다.

ㄱ씨는 지난 1997년 삼성전자 반도체 기흥공장에 입사한 지 약 7년 만인 2004년 ‘급성 횡단성 척수염’이 발병했고 최종적으로는 시신경 척수염 진단을 받았다. 시신경 척수염은 시신경과 척수에 염증이 생겨 시력 저하를 초래하는 희귀질환이다. 당시 3교대로 일하던 ㄱ씨는 황산이 담긴 수조에 반도체 집적회로 기판인 웨이퍼막을 직접 담가 세척하고 수조 안의 화학물질을 교체하는 작업을 맡았다. 2005년 퇴사한 ㄱ씨는 2017년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신청을 했으나 공단은 ㄱ씨의 병과 업무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산재를 인정하지 않았다.

ㄱ씨는 행정소송을 냈고 법정에서 “유해화학물질에 지속해서 노출됐고 교대근무 등으로 면역체계가 악화돼 발병됐거나 자연 경과 이상으로 악화됐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도 인과관계를 명확히 규명할 수 없다고 해서 이를 부정할 순 없다며 ㄱ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유해화학물질의 문제점에 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작업 환경 관리가 강화돼온 점 등을 고려할 때 ㄱ씨의 근무 기간 동안 유해화학물질의 노출과 그 정도는 관련 연구들로 확인되는 정도보다 중대했을 것”이라고 봤다. 또 교대근무와 초과근무로 인한 “불규칙한 수면 등이 면역력 약화에 영향을 미쳐 발병이나 진행을 촉진하는 원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도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공적 보험을 통해 산업과 사회 전체가 이를 분담하도록 하는 산재보상보험제도의 목적을 고려해 보면 증명책임에 있어 열악한 지위에 있는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인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조승규 반올림 상임활동가는 “발병원인 등에 대한 연구가 거의 이뤄지지 않은 희귀질환에 대해서도 법원이 발병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러 가능성을 고려해 인과관계를 따져야 한다는 취지의 판단을 내놓았다”며 “노동자에게 가혹한 증명책임을 돌리는 현행 방식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선언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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