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연수구에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옥. 연합뉴스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분식회계에 대한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의 1차 제재가 부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증선위의 1차 제재가 4개월 뒤 다시 의결한 2차 제재에 포함된다는 취지다. 다만 삼성바이오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에 유리하게 고의로 공시 누락이나 분식회계 등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판단을 내놓지 않았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재판장 장낙원)는 24일 삼성바이오가 임원 해임 권고 등을 취소해달라며 증선위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삼성바이오는 2012년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삼성에피스)를 미국 업체 바이오젠과 합작해 세우며 바이오젠에 삼성에피스 지분을 ‘50%-1주’까지 살 수 있는 권리인 콜옵션을 부여했다. 지분 절반이 언제든 바이오젠으로 넘어갈 수 있었지만 삼성바이오는 콜옵션 부채 등을 공시하지 않았다.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뒤 콜옵션 부채가 뒤늦게 드러나자 삼성바이오가 자본잠식을 피하려고 4조5천억원 규모의 분식회계를 했다는 게 증선위의 결론이다. 증선위는 2018년 7월 고의적인 공시 누락으로 보고 재무 담당 임원 해임 등을 권고(1차 제재)한 데 이어 같은해 11월 분식회계 등을 이유로 과징금 80억원을 부과(2차 제재)한 뒤 검찰에 고발했다.
하지만 삼성바이오 쪽은 법정에서 “같은 회계연도와 재무제표를 심사하며 두차례에 걸쳐 제재하는 것은 통상적인 행정 처분이 아니다”라며 “효력이 없어진 1차 제재를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재판부는 삼성바이오 쪽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1차 제재는 2차 제재에 흡수·변경됐다고 할 것이어서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1·2차 제재 사유가 각각 달라 별개라는 증선위 쪽 주장에 대해서도 “2차 제재에 의해 추가된 사유는 1차보다 더 중한 사유”라며 “증선위는 2차 사유를 종합해 삼성바이오에 대한 제재 내용을 전체적으로 다시 정할 필요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재감리결과에 따라 확인된 지적사항까지 포함해 대표이사 해임 권고 등의 내용까지 추가하는 방법으로 최종적으로 2차 제재에 의해 변경 제재한 것임이 명백해 보인다”라며 “1·2차 제재가 별개인 것처럼 오해될 소지가 있는 외형을 남겨뒀다고 해도 그런 사정만으로 2차 제재의 성격을 달리 볼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김광중 변호사는 “증선위의 1차 제재가 2차에 흡수돼 있어 선언적으로 이를 취소한 판단”이라며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등에 대한 고의성을 판단한 것이 아니어서 다음달 열릴 이 부회장 등의 형사재판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