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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수천명 모일 것” 경찰 항변하지만 ‘광화문 차벽’이 최선일까

등록 2020-10-08 20:43수정 2020-10-09 02:45

‘한글날 집회’ 차벽 설치 논란
경찰 “대면접촉 줄이기 고육책”
“개천절과 달리 이번엔 조직적 동원
다중이 모이면 방역 어길 수 있어”
광복절-개천절 확진자수 ‘647대 0’
“차벽이 그나마 현실적 대안” 주장
8일 오후 철제 울타리가 설치된 서울 광화문광장 주변 도로에 ‘사기방역, 경찰독재, 공포정권’이라고 써 붙인 차량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한글날에도 코로나19 감 염 확산을 막기 위해 광화문에 ‘차벽’을 설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8일 오후 철제 울타리가 설치된 서울 광화문광장 주변 도로에 ‘사기방역, 경찰독재, 공포정권’이라고 써 붙인 차량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한글날에도 코로나19 감 염 확산을 막기 위해 광화문에 ‘차벽’을 설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경찰이 개천절 집회에 이어 한글날 집회에도 서울 도심에 ‘차벽’을 설치하기로 결정하면서 공권력이 방역을 이유로 섬세한 접근 없이 집회의 자유라는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경찰은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를 부른 8·15 광화문 집회 당시 시위대는 물론 현장에 투입된 경찰에서도 확진자가 속출한 만큼 시위 차단 과정에서 대면 접촉을 막기 위한 ‘고육책’이라고 항변했다.

8일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한겨레>에 “지난 개천절 집회는 추석 연휴 기간이라서 개인 단위 참가자가 나온 수준이었지만, 한글날 집회엔 주최 쪽의 조직적인 동원 기류가 있다. 2천여명은 모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경찰에 신고된 한글날 집회 목록을 보면, 8·15 집회를 주도했던 ‘8·15 비상대책위원회’는 한글날 광화문 교보빌딩 앞과 세종문화회관 북쪽 공원 앞 등 두곳에 1천명씩 참가하는 집회를 신고했다. 자유연대는 광화문 교보빌딩 인근과 경복궁역 근처에 각 2천명, 국가비상대책국민위원회는 시청역 앞에 2천명의 집회를 신고했다. 경찰은 한글날 신고된 집회 규모가 지난 8·15 때와 비슷하기 때문에 차벽 설치를 강행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차벽이 방역 목적을 수행할 ‘마지막 수단’인지를 두고는 여전히 비판이 나온다. 이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성명에서 “수단의 적합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설사 수단의 적합성을 인정하더라도 방역지침을 준수하는 평화적 집회, 결사 및 일반 시민들의 통행 모두를 전면 제지한다는 점에서 침해의 최소성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짚었다.

이에 대해 “차벽 설치가 유일한 수단”이라는 경찰의 입장은 확고하다. 서울청 관계자는 “특별 방역기간이 끝나면 경찰이 차벽을 쓸 이유가 없다. 대대적인 시위가 예고된 상황에서 대면 접촉을 피하면서 집회를 통제하려면 차벽이 그나마 현실적인 선택”이라고 말했다. 8·15 집회 당시 현장에 투입된 경찰 중에서도 8명의 확진자가 나온 바 있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8·15 집회에서 600여명의 집회 관련 확진자가 나왔지만 차벽을 세워 집회를 차단한 개천절 집회 뒤엔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은 점도 경찰이 차벽 설치를 강행하는 주요 근거다. 8·15 집회 때는 참가자 가운데 8월18일 첫 확진자가 나온 지 닷새 만에 관련 확진자가 100명을 넘어섰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이후 9월23일까지 모두 647명이 8·15 집회와 관련해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이날 밝혔다. 고령의 참가자가 많았던 탓에 그중 5명이 숨졌다. 방역당국은 특히 대규모 전파를 일으켰던 도심 집회 참가자들이 방역수칙을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고 보고 있다.

이날 방대본 정례브리핑에서 이상원 위기대응분석관은 “예측할 수 없는 다중의 사람들이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을 때 위험 요인이 증가하기 때문에 (한글날 집회를) 우려하고 있다. 야외활동은 확실히 실내보다 감염 위험이 낮지만 밀접하게 접촉한 경우에는 상당한 감염력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8·15 집회도 야외에서 진행됐지만 마스크 착용과 거리두기 등 방역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탓에 대규모 집단감염으로 이어졌다.

코로나19 종식을 예측하기 힘든 만큼 방역과 인권, 두 갈래 길에서 섬세한 접근을 고민할 때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은상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독일, 프랑스 등 유럽이 집회까지 제한하는 방식의 방역을 선택하지 않은 건 코로나 사태 속에서도 집회의 자유라는 기본권이 더 위에 존재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동안 감염병에 대해 가져온 두려움을 넘어 충돌하는 가치의 문제를 조율할 시점이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엄지원 황예랑 배지현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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