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과 관련해 산업통상자원부 압수수색에 나선 가운데 5일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에서 관계자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의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과정 수사의 방향과 강도를 예상할 수 있는 압수수색 대상은 보름 전 나온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크게 벗어난다.
5일 대전지검 압수수색 대상에는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당시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이었던 박원주 전 특허청장, 당시 대통령 산업정책비서관이었던 채희봉 한국가스공사 사장 등이 포함됐다. 또 현 성윤모 산업부 장관과 산업부 관련 사무실도 압수수색했다.
지난달 20일 발표된 감사원 감사보고서를 보면 채 전 비서관은 당시 산업부를 통해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와 관련해 수차례 보고를 받은 것으로 나타나 있다. 감사원은 백 전 장관에 대해서는 △월성 1호기를 ‘폐쇄 결정과 동시에 즉시 가동중단’하는 방침을 결정했고 △이에 따라 산업부 직원들이 한수원에 즉시 가동중단 외 다른 방안은 고려하지 못하게 했으며 △경제성 평가가 낮게 나오도록 하는 과정에 관여하는 것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데도 내버려뒀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백 전 장관이 엄중한 인사조처가 필요한 비위를 저질렀다고 결론냈다.
감사원은 채 전 비서관에 대해서는 소환 조사까지 벌였으나 특별히 문제 삼지 않았다. 대통령의 탈원전 공약에 따라 이뤄진 정부 정책결정 자체는 애초부터 감사 대상이 아니었다. 감사원의 직무감찰규칙은 정부 정책결정 및 정책 목적의 당부(옳고 그름) 등은 감사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감사원은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의 일환으로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추진하기로 한 것은 감사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지난달 22일 백 전 장관과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감사 직전 ‘에너지 전환 후속조치 추진계획’(장관 및 대통령비서실 보고) 문건 등 444개를 삭제(감사 과정에서 324개 복구)한 산업부 담당 국장과 실무 직원 등 4명에 대해서만 대검찰청에 ‘수사참고자료’를 보냈다. 같은 날 탈원전 정책에 반대하는 국민의힘은 백 전 장관과 채 전 비서관 등 12명을 고발했다.
전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상황이 형사적인 문제로 들어가면서 완전히 새로운 국면이 시작되고 있다. 검찰이 청와대까지 겨누려고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수십년이 걸리는 국가 에너지 전환 정책에까지 검찰이 개입할 경우 탈원전 정책을 둘러싼 진영 싸움을 더욱 부채질할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렸다. 김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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