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95살 생일을 맞은 강경남(휠췌어) 할머니가 우토로마을의 함바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지구촌동포연대 제공
일본의 조선인마을 우토로를 지켜온 강경남 할머니가 지난 21일 별세했다. 향년 95.
지구촌동포연대는 23일 강 할머니의 장례절차를 밟고 있다고 밝혔다. 발인은 24일이고 코로나19로 가족장으로 치러졌다.
1925년 경남 사천에서 태어난 고인은 9살 때 어머니와 함께 일본에 건너가 18살에 결혼한 뒤 이듬해 1944년 일본 우지시에 있는 우토로 마을로 이주했다. 그는 지금껏 ‘우토로 마을 1세대’ 가운데 유일한 생존자로 남아 역사를 증언해왔다.
우토로 마을은 일제 강점기 때 강제노역으로 끌려간 조선인 1300여명이 군 비행장을 건설하면서 생긴 집단거주지다. 해방 이후 땅 주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여러차례 쫓겨날 뻔했지만 버텼다. 이러한 소식이 국내에 알려져 2005~07년 대대적인 모금운동이 벌어졌고, 한국 정부와 시민들의 돈으로 우토로 땅 일부를 사들일 수 있었다. 일본 정부가 ‘1기 우토로 시영주택’을 지어 지난 2018년 1월 주민들이 입주했다. 고인은 2015년 <문화방송>(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의 ‘배달의 무도’ 편에 출연해 재일 조선인의 아픔을 전한 것으로 유명하다.
고 강경남 할머니. 사진 근로정신대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제공
지구촌동포연대는 “가족장으로 치르지만 강경남 할머니 집에 빈소를 마련하여 49재를 지낸다.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한 분들이 헌화를 하는 일본의 장례문화에 따라 한국에서도 강 할머니에 대한 헌화와 조의를 표할 수 있다. 모금액은 빈소의 근조 꽃바구니를 구매하고 유족에게 조의금을 전하는 데 쓰인다”고 밝혔다. 우리은행 1005-803-428248 KIN(지구촌동포연대)
이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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