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의 직무 집행정지 처분에 대한 효력 집행정지 심문기일이 열렸다. 윤 총장 측 법률 대리인인 이완규 변호사(왼쪽)와 법무부 측 추미애 장관의 법률 대리인인 이옥형 변호사(오른쪽)가 각각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헌정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직무배제의 효력을 다투는 재판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총장 쪽 모두 ‘법의 지배’를 역설했지만 내용은 180도 달랐다. 30일 열린 집행정지 신청 사건 심문에서 양쪽은 ‘주요 사건 재판부 분석’ 문건이 ‘사찰’에 해당하는지를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날 윤 총장 복귀 여부에 대한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이날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재판장 조미연)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양쪽은 당시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실(현 수사정보담당관실)에서 작성한 ‘주요 사건 재판부 분석’ 문건의 성격을 놓고 팽팽하게 맞섰다. 윤 총장을 대리하는 이완규 변호사는 “판사의 개인정보를 불법적으로 수집한 사찰”이라는 법무부 쪽 주장에 대해 “공소유지를 위한 참고용 자료에 불과하다”고 맞섰다. 윤 총장 쪽은 법무부 쪽에서 “윤 총장이 이 문건 작성을 지시했느냐”며 석명을 요구하자 “윤 총장이 문건 작성을 지시한 것은 맞다”고 답했다. 다만 윤 총장 쪽은 “재판부의 기본사항과 재판 진행 방식을 파악하는 것은 효율적인 공소유지를 위한 필수 사항이고 일회적으로 공개된 정보를 정리한 것”이라며 맞받았다. 문건 속 일부 내용이 적절하냐는 문제 제기가 있을 수 있지만, 이 때문에 문건의 성격을 ‘사찰’로 보기는 어렵다는 주장이다. 반면 법무부를 대리한 이옥형 변호사는 “문건의 전체 내용 중 재판 스타일에 관한 내용은 10% 남짓”이라며 “공판검사에게 재판부에 대한 세평을 전해 듣는 방법으로 정보를 수집했다고 했는데 탐문은 불법사찰의 전형적인 방법”이라고 반박했다.
감찰조사와 징계 청구, 직무집행정지 처분 과정에서 절차적 위법성이 있었는지를 둘러싼 공방도 오갔다. 윤 총장 쪽은 “감찰조사부터 징계 청구, 직무집행정지 처분까지 적법 절차가 무시됐고 감찰관과 감찰위원회, 직무집행정지 처분 결재권자인 기획조정실장 등을 건너뛰는 등 편법이 자행됐다”며 절차적 위법성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 쪽은 “신청인(윤 총장)이 심판 대상에 대한 심각한 오류에 빠져 있다”고 맞섰다. 이 사건의 심판 대상은 2일 열릴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의 의결 전 임시처분인 직무배제 명령이 집행정지 요건에 성립하는지를 다투는 것일 뿐, 징계 처분의 위법성은 이 사건의 논점이 아니라는 취지다. 이어 “징계 청구가 부당하다면 징계 절차 안에서 다투면 되는데도 징계위 의결이 있을 때까지 한시적으로 직무집행을 정지하도록 한 처분에 대해 강한 문제 제기, 나아가 극렬한 반감을 드러내는 것은 법의 지배를 천명하는 공직자의 행동으로서는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재판이 끝난 뒤 이완규 변호사는 기자들과 만나 “검찰총장의 해임은 단순히 개인 차원이 아니라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독립성과 법치주의와 직결되는 사안”이라며 “국가 시스템 차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옥형 변호사는 “윤 총장 쪽은 법치주의,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독립성 등 거대한 담론을 말하지만 이는 법률이 보호하는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아니다”라며 “직무집행정지 명령이 (징계위가 열리는) 이틀 뒤에는 실효되기 때문에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줄 염려도, 긴급한 필요성도 없다”고 맞받았다.
재판부가 윤 총장의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면 윤 총장은 바로 총장직에 복귀하게 되지만 기각하면 윤 총장은 직무 정지 상태에서 2일 징계 청구를 심의하는 징계위 심사를 받게 된다. 윤 총장은 이날, 1일 열리는 법무부 감찰위원회에 특별변호인 의견 진술을 신청하는 한편 법무부에 징계 청구 내부 결재문과 징계위원 명단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조윤영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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