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장한 경찰 분위기에 검찰은 `차분'

"경찰 자존심 지키겠다"vs"원칙대로 수사하겠다"

최광식 경찰청 차장이 거물급 브로커 윤상림씨와 자신의 돈거래 의혹 등에 정면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데 대해 경찰은 비장한 각오를 보이는 데 반해 검찰은 의외로 차분하게 반응하고 있다.

경찰은 최 차장의 `정면돌파'를 환영하면서 그동안 일방적으로 매도된 경찰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일치단결하겠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고 검찰은 즉각적인 반응을 가급적 자제한 채 "원칙대로 수사하겠다"는 입장이다.

경찰청 간부들은 최 차장의 수행비서인 강희도 경위의 장례식이 치러진 23일 최 차장의 기자회견 소식을 듣고 경찰이 힘을 합쳐 비리집단인 것처럼 매도된 경찰의 자존심을 회복하자는 목소리를 냈다.

특히 검찰이 브로커 윤씨와 최 차장의 관계를 둘러싼 의혹의 사실 여부를 하루 빨리 규명토록 촉구해 최 차장 개인 문제로 경찰 조직 전체의 명예가 손상되는 일은 막겠다는 의지도 다지고 있다.

황운하 경찰청 수사구조개혁팀장은 "최 차장에게 잘못이 있다면 하루 빨리 시인하고 물러나되 잘못이 없다면 입장을 밝히고 자진해서 검찰조사에 응하는 것이 옳다. 최 차장의 `정면돌파' 선택은 `당연한 일'이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윤씨 스캔들에 경찰 간부들이 자주 거론된 데 대해) 억울해 하면서도 `검-경 갈등으로 비쳐 국민에게 불안을 줄 수 있으니 좀 참자'는 태도를 취할 시기는 이미 지났다"고 덧붙였다.

일선 경찰관들은 최 차장의 돈거래 의혹의 실체에 대해서는 아직 단정짓기 어렵다는 태도를 보이면서도 검찰이 진상 규명을 미루면서 이를 수사권 조정 등에 악용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감추지 않고 있다.

윤씨 스캔들에 연루된 정치권과 법조계 인사들은 모두 익명처리가 됐음에도 유독 최광식 차장만 실명으로 거론된 것은 수사권 조정과 관련된 `흠집내기'로밖에 볼 수 없다는 반응도 나왔다.

최 차장이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검찰수사에 강한 불만을 표시한 데 대해 검찰 간부들은 특별한 의미를 두지 않는다며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대검의 한 간부는 "최 차장과 관련된 사실관계가 규명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뭐라 말할 수 없다"며 "검찰은 신중한 입장을 취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윤상림에게 전달된 2천만원의 경로와 성격 등 기본적 사실관계가 규명되지 않은 상황이고 신중한 수사가 필요하다"며 "지금으로서는 기자회견에 대해 별다른 대응을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대검의 부장검사급 간부는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수사 대상자들이 무죄를 주장하는 것과 마찬가지일 뿐이며 최 차장의 기자회견에 특별한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검의 한 검사장은 "최 차장의 기자회견을 보지 못해 뭐라고 말할 입장이 아니다"라고 말했고 또 다른 검사장은 "내가 수사에 대해 평가할 입장이 아니다"며 최 차장의 기자회견에 신경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윤상림 사건의 수사를 담당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의 고위 관계자는 "지금까지 법절차에 따라 원칙대로 수사해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하겠다"며 원칙론적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최 차장이 `민형사상 법적 대응'을 언급한 데 대해 수사 보고라인의 한 간부는 "일부 언론이 최 차장의 실명을 처음 보도했을 때 수사팀은 진위 여부를 확인해주지 않았는데도 검찰이 `언론플레이'를 했다는 주장은 억측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임화섭, 김상희 기자 [e-mail]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