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상 LIG그룹 회장(좌측)과 구본엽 전 LIG건설 부사장. 연합뉴스
주식 매매가격 조작 등으로 1300억원대 조세를 포탈한 혐의로 구본상(50) LIG그룹 회장 일가와 그룹 관계자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북부지검 조세범죄형사부(부장 한태화)는 경영권 승계를 위한 주식매매 과정에서 주식 양도가액과 양도시기를 조작해 양도세, 증여세 등 모두 1330억원의 조세를 탈루한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구 회장과 구 회장의 동생인 구본엽(48) 전 LIG건설 부사장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17일 밝혔다. 검찰은 전 LIG그룹 재무관리팀 전무 ㄱ(58)씨, 전략기획팀 부장 ㄴ(48)씨, 재무관리팀 부장 ㄷ(47)씨, 전략기획팀 차장 ㄹ(46)씨 등 LIG그룹 전현직 관계자 네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구 회장 등은 2015년 5월 자회사인 방위산업체 LIG넥스원의 공모가를 반영한 주식 평가액이 주당 1만481원임에도 주당 3846원으로 낮춰 주식을 매매해 금융거래를 조작한 혐의를 받는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라 구 회장과 그룹 관계자들은 주식 매매 후 3개월 이내에 유가증권신고 예정인 LIG 넥스원의 공모가를 반영해 1만2036원에 매매한 것으로 신고해야 한다. 하지만 검찰은 이들이 주주 명부와 주권의 명의 변경 시점을 4월로 조작해 주당 3876원에 매매가격을 낮춰 신고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구 회장 등이 이러한 수법으로 증여세 919억원, 양도소득세 399억원, 증권거래세 10억원 등 모두 1329억원의 세금을 탈루한 것으로 파악했다.
검찰 관계자는 “지난해 3월 사망한 창업자 구자원 명예회장의 장남(구회장)과 차남(구 전 부사장)을 중심으로 경영권을 승계하고 지배구조 재편하기 위해 LIG그룹의 다른 대주주들로부터 지분을 이전하는 과정에서 조세를 포탈했다”며 “포탈 금액 전부가 분납되거나 보험증권으로 담보돼 이미 확보됐고, 구 회장 형제가 범행 당시 수감돼 있었던 점을 고려해 불구속 기소했다”고 설명했다. 구 회장과 구 전 부사장은 2천억원대 사기성 기업어음(CP) 발행 혐의를 받아 2012년 11월 기소됐고, 2017년 대법원에서 각각 징역 4년과 3년의 형을 확정 받았다.
LIG그룹 쪽은 이날 검찰의 기소에 대해 “지분 정리 과정에 관한 세법 해석의 차이이며 법적 절차를 통해 구체적인 소명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주식 양도 시점에서 의도성을 가지고 지시를 내리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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