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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동부구치소 수용자들의 편지 “살려달라 외쳐도…그냥 가축 취급”

등록 2020-12-31 11:14수정 2020-12-31 11:42

[편지로 본 교정 당국의 집단감염 초기 대응]
“휴지 등 생필품 지급 끊겨…마스크 구매도 어려워”
확진자 한 방에 8명 수용…‘위법’ 기준 근접
동부구치소 “수용소 형편상 어쩔 수 없다”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서울동부구치소. 연합뉴스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서울동부구치소. 연합뉴스

서울 동부구치소 관련 누적 확진자는 지난달 27일 직원 1명이 처음 확진된 이후 31일 오전 현재까지 792명 발생했다. 국내 코로나19 확산 이후 단일 시설 내 최대 규모 감염이다. 이용구 법무부 차관은 이날 “서울동부구치소 코로나19 확진자 집단감염 발생과 관련하여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진심으로 송구하다는 말씀 드린다”고 밝혔다.

<한겨레>는 동부구치소 수용자들이 지난 19~23일 가족이나 지인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동부구치소 내부 사정을 들여다봤다. 수용자 ㄱ씨, ㄴ씨, ㄷ씨 모두 23일 동부구치소 2차 전수 검사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ㄱ씨가 아내에게 쓴 편지. ㄱ씨 아내 제공
ㄱ씨가 아내에게 쓴 편지. ㄱ씨 아내 제공

“살려주세요 소리쳐도 아무도 오지 않아”

벌써 방에 몸살 기운 있는 사람이 8명 중 4명이나 돼. 큰일이야. 이제 와서 마스크를 쓰면 뭐해 다들 이미 걸린 것 같은데. 밥 줄 때만 오고, 지나가지도 않고, 사람이 아프다고 하는데 신경도 안 쓰고 있어.

옆방에 나이 드신 분은 진짜 죽겠다고 하는데 대꾸도 안 하고 그런다고 해. 창문에 “살려주세요” 외치고 있는데 아무도 오지 않고 휴지 등 생필품도 제대로 주지 않고 어쩌자는 걸까.

-수용자 ㄱ씨가 아내에게 쓴 편지-

그냥 우리를 지금 가축 취급하고 있어. 아무리 무엇을 부탁해도 아무도 안 들어주고 소리를 크게 지르면서 욕을 하든 문을 발로 세게 차든 다 무시하고 대꾸를 안 해. 내가 지금 열이 너무 높아서 체온계가 측정을 못해. 계속 38.3도~38.5도로 나오고 있어. 아파 죽을 것 같은데 아무런 조처를 안 해주고 다 무시해. 서러워서 눈물을 흘리고 싶은데 그럴 힘도 없어. 지금 편지도 간신히 힘들게 쓰고 있어. 부모님께 편지를 쓰자니 괜히 걱정할 것 같고, 지금 상황이 서러워서 누구한테든 말해야 할 것 같아서 이렇게 편지를 써.

-수용자 ㄴ씨가 지인에게 쓴 편지-

우리 방 늙다리 중 제일 젊은 사람이 온도가 37도가 계속 넘고 있어서 좀 걱정이 되기는 하다. 그 양반과 잠도, 앉을 때도 거의 가장 먼 곳이야. 뭐 한 방에서 어쩌겠냐만은 그래도 최선을 다해야지.

마스크 안 뜯은 건 2개 남았다. 다른 수용자 것이 너무 지저분해서 하나 줬어. 지난주 목요일에 4개 구매했는데 방 옮기는 통에 구매 자체가 취소된 것 같아. 매번 마스크 쓰라고 난리 치면서 정작 마스크는 구매한 것도, 공짜도 안 준다. 이럴 줄 알았으면 왕창 사 놓을걸.

-수용자 ㄷ씨가 아들에게 쓴 편지-

수용자들은 발열 등 코로나19 증상이 있어도 사실상 “방치돼 있었다”고 말했다. 편지에는 발열 등 코로나19로 의심되는 증세가 나타나도 별다른 조처를 해주지 않고, 결국 같은 방을 쓰던 수용자들까지 비슷한 증세를 호소하고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내용이 담겼다.

동부구치소가 지난 19일 수용자 180여명을 강당에 모아놓고 방을 이동시킨 뒤, 며칠간 수용자들이 생필품을 제대로 받지 못했고 구매도 불가능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수용자 ㄱ씨는 편지에서 “뜨거운 물도 안 주고 물품 구매, 우표 구매, 약품 구매 지금 아무것도 안 해주니까 많이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후 ㄱ씨는 “휴지가 없다니까 드디어 방마다 3개씩 주고 밥 먹을 때마다 생수 500㎖ 1개씩 주고 있다. 드디어 3일 만에 조금씩 대우를 해주려고 하고 있다”고도 언급했다. 수용자 ㄷ씨는 “옆 방은 한동안 우리가 준 휴지 1개를 가지고 8명이 살았다”며 “마스크는 구매도 할 수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ㄷ씨가 아들에게 보낸 편지. ㄷ씨 아들 제공
ㄷ씨가 아들에게 보낸 편지. ㄷ씨 아들 제공

ㄷ씨가 아들에게 보낸 편지. ㄷ씨 아들 제공
ㄷ씨가 아들에게 보낸 편지. ㄷ씨 아들 제공

“5명이 쓰던 방 8명이 사용…스트레스 극심”

코로나19 확진자를 과밀 수용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수용자들의 편지를 보면, 이들은 기존에 5∼6명이 사용하던 방을 8명이 사용하고 있다. 29일 수용자가 취재진을 향해 창밖으로 내민 손피켓에도 한 방에 8명씩 수용하고 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ㄷ씨는 편지에서 “이 좁은 방에 8명이 있으니 (수용자들이) 더 스트레스가 심한가 봐. 목수(다른 수용자)는 정신분열이 온 것 같아”라고 말했다.

법무부 쪽 설명을 보면 이 방은 화장실을 제외하고 16.99㎡로, 정원은 6명이다. 8명이 생활할 때 1인당 수용 면적은 2.12㎡로, 법원이 위법이라고 판단한 2㎡를 조금 웃도는 수준이다. 지난해 서울중앙지법은 교정시설이 과밀 수용으로 수용자에게 2㎡에 못 미치는 공간을 제공했다면, 이는 기본권을 침해한 것으로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동부구치소 관계자는 “확진자 8명을 한 방에 수용하고 있는 것은 현재 구치소 수용 형편상 어쩔 수 없다”고 설명했다.

29일 오후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에서 한 수용자가 확진자 과밀 수용과 서신 발송 금지 등 불만 사항을 직접 적어 취재진을 향해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29일 오후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에서 한 수용자가 확진자 과밀 수용과 서신 발송 금지 등 불만 사항을 직접 적어 취재진을 향해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확진자는 편지 발송 금지…창밖으로 손피켓 내밀기도

이들은 23일 이후 편지를 보내지 못했다. 2차 전수 검사에서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외부로 편지를 보내는 게 금지됐기 때문이다. 동부구치소는 “코로나19 확진자의 경우 편지를 통한 감염 우려 때문에 편지를 받는 것만 허용하고 보내는 것은 금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용자 ㄱ씨는 “곧 편지를 보내지 못하게 될 것 같다”며 “내부의 이런 사정들을 바깥에 알려달라”고 말했다.

일부 수용자들은 취재진을 향해 창문 밖으로 수건이나 글을 쓴 종이를 내밀기도 했다. 20일 한 수용자가 수건을 흔들며 “살려달라”고 외쳤고, 29일에는 수용자들이 “살려주세요. 질병관리본부 지시 확진자 8명 수용”, “확진자 한 방에 8명씩 수용. 서신 외부 발송 금지” 등이 적힌 종이를 내밀었다.

동부구치소는 현재 창밖으로 손피켓 등을 내민 수용자들을 조사 중이다. 동부구치소 관계자는 “수용자들이 창문 밖으로 손피켓 등을 내밀려면 부착돼 있는 방충망을 뜯어야 해 공용기물 파손에 해당한다”며 “현재 해당 수용자들을 조사하고 있고, 이들은 접견 금지 등의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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