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 주중 한국 대사관에 근무하는 공무원 두 명이 최근 술을 마시고 대사관 행정직원을 폭행한 것으로 알려져 외교부가 상황 파악에 나섰다.
주중 대사관에 근무하는 행정직원 ㄱ씨는 9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지난 4일 밤 11시께 베이징 시내의 한 술집에서 공무원 두 명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ㄱ씨는 “지인과 함께 술을 마시다가 합석을 하게 됐는데 국회에서 파견된 공무원 ㄴ씨가 지인을 뒷머리를 잡아당기는 등 불쾌한 행동을 했다”며 “항의하자 ㄴ씨가 갑자기 일어나 다짜고짜 양주병으로 머리를 내려쳤다”고 말했다. 그는 “뒤이어 국가정보원에서 파견된 ㄷ씨가 나를 소파에 눕혀 주먹으로 때리고 목을 졸랐다”고 주장했다. ㄱ씨는 폭행을 당한 뒤 맞은 부위가 움푹 패이고, 혈압이 오르고 구토증상이 나타나 병원진료를 받았고, 현재는 휴가를 내고 쉬고 있다고 전했다.
당시 네명이 술을 마셨던 술집은 ‘룸식’ 구조로, 목격자는 ㄱ씨의 지인밖에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ㄱ씨는 “공안에는 신고해도, 대사관 직원들은 면책특권이 있어 소용이 없을 것 같아 신고하지 않고, 대신 외교부에 신고를 했다”고 말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산하 재외공관 행정직 노동조합은 보도자료를 내어 “같은 대사관에서 근무하면서 상대적으로 우월적 지위에 있으면서 국가 공무원으로서의 품위를 저버리고 이제는 폭력을 일삼는 행위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사건이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주중대사관에서 ㄱ씨와 같이 비자 발급과 통·번역 등 행정 업무를 하는 행정직원은 70명에 이른다. 재외공관 행정직 노조는 이번 사건 가해자들에 대한 형사 처벌을 요구하며 정부에 “피해자에 대한 충분한 피해 보상과 아울러 갑질 및 폭력행위 재발 방지 약속을 공식적으로 밝혀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대사관은 자체 감사 및 징계권이 없어, 사건은 외교부 차원에서 조사하고 이에 따라 징계나 신분조치(귀국) 등 후속조처가 이뤄질 전망이다.
이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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