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비종교적 신념’에 따른 예비군 훈련 거부…대법, 무죄 확정

등록 2021-02-25 10:52수정 2021-02-25 11:13

대법원 전경. <한겨레> 자료 사진
대법원 전경. <한겨레> 자료 사진

비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현역 복무 뒤 예비군 훈련을 거부한 행위가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아닌 예비군 훈련 대상자(예비역)가 종교적 신념이 아닌 윤리적·도덕적·철학적 신념 등을 이유로 예비군 훈련과 병력동원 훈련을 거부한 행위가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인정한 첫 사례다.

대법원 1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25일 예비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ㄱ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ㄱ씨는 2016년 11월부터 2018년 4월까지 모두 16차례에 걸쳐 예비군 훈련과 병력 동원 훈련 소집 통지서를 전달받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훈련에 불참한 혐의로 기소됐다. ㄱ씨는 법정에서 “훈련에 불참한 것은 사실이지만 타인의 생명을 빼앗는 전쟁을 위한 군사훈련에 참석할 수 없다는 신념에 따른 것으로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ㄱ씨는 폭력을 행사해 여러 차례 형사처벌을 받은 아버지 밑에서 성장하며 어려서부터 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됐다고 재판 과정에서 주장했다. 그 뒤 미군이 헬기에서 기관총을 난사해 민간인을 학살하는 영상을 보고 충격을 받아 ‘인간이 인간에게 저지를 수 있는 가장 끔찍한 잘못은 타인의 생명을 빼앗는 것이고, 이는 전쟁이라는 수단을 통해서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신념을 갖게 됐다고 한다.

입영도 거부하려 했으나, 어머니와 주변의 설득으로 결국 입대했고 군사훈련을 받지 않을 수 있는 회관 관리병으로 자원해 복무했다. 복무 도중 괴롭힘을 당하던 후임 병사가 탈영해 다른 동료 병사들이 처벌을 받자, 폭력을 소극적으로 방관했던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게 됐다고 한다. 전역 뒤 ㄱ씨는 더는 양심을 속이지 않겠다고 결심하고 예비군 훈련과 병력동원 소집에 불참했다고 밝혔다.

이에 1·2심은 “ㄱ씨의 예비군 훈련 거부가 그에 따라 행동하지 않고서는 인격적 존재가치가 파멸되고 말 것이라는 절박하고 구체적인 양심에 따른 것이며 그 양심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할 것이라는 사실이 충분히 소명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도 “예비군법은 병역법과 마찬가지로 국민의 국방의 의무를 구체화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고, 예비군 훈련과 병력동원 훈련도 집총이나 군사훈련을 수반하는 병역의무의 이행이라는 점에서 병역법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에 관한 전원합의체 판결의 법리에 따라 예비군법과 병역법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를 해석함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종교적 신념이 아닌 윤리적·도덕적·철학적 신념 등에 의한 경우라도 그것이 진정한 양심에 따른 예비군 훈련과 병력동원 훈련 거부에 해당한다면 예비군법과 병역법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