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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쫓아온 성추행범에, 들고 있던 그릇 휘두른 게 ‘범죄’라니요?

등록 2021-03-09 19:55수정 2021-03-09 20:12

성추행범에 그릇 휘두르며 저항한 여성,
검찰 ‘기소유예’ 처분에 헌법소원 내…
헌재 “처분 취소”
헌법재판소 전경. <한겨레> 자료 사진.
헌법재판소 전경. <한겨레> 자료 사진.

성추행범에게 그릇을 휘두르며 저항한 여성에게 검찰이 내린 기소유예 처분을 헌법재판소가 취소했다.

헌재는 성추행 피해자 ㄱ씨가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헌법소원 심판에서 ㄱ씨의 청구를 인용했다고 9일 밝혔다.

2018년 10월31일 밤 10시께 ㄴ씨는 고시원 내 여성용 공용 욕실에 들어가던 ㄱ씨를 뒤따라갔다. 공용 욕실 전원을 끄며 ㄱ씨를 무섭게 하던 ㄴ씨는 이후 ㄱ씨를 쫓아 주방에 들어갔다. 당시 주방엔 단둘밖에 없었다. ㄴ씨는 주방을 나가려던 ㄱ씨의 손목을 잡아채 기습적으로 성추행을 했다. 이에 ㄱ씨는 들고 있던 사기그릇을 휘둘렀고 ㄴ씨는 오른쪽 귀를 맞아 찢어졌다. 검찰은 상해 혐의로 기소된 ㄱ씨에게 기소유예 처분을 했다. 기소유예는 피해 정도 등을 참작해 피의자를 재판에 넘기지 않지만, 범죄 혐의는 인정하는 처분이다. 이에 ㄱ씨는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이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했다”며 헌법소원 심판을 냈다.

헌재는 “ㄱ씨가 이미 들고 있던 사기그릇을 내려놓고 다시 맨손으로 저항하거나 머리 부분이 아닌 다른 신체 부위를 가려내어 타격하는 등의 다른 방어 방법을 취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오히려 폐쇄된 공간에서 갑자기 이뤄진 추행행위에서 벗어나기 위해 들고 있던 사기그릇을 이용해 사회적으로 상당한 범위 내에서 반격방어의 형태로 저항했다고 볼 여지도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강제추행 행위 내용과 그 행위가 이뤄진 시각 등 사건 당일 정황, 강제추행이 이뤄진 장소의 폐쇄성 등을 고려하면 ㄱ씨의 방위행위는 불안스러운 상태에서 공포, 경악, 흥분 또는 당황으로 인한 것으로 볼 여지가 적지 않다”며 “검찰이 충분하고 합당한 조사 없이 기소유예 처분을 한 것은 형법상 상해죄 또는 위법성 조각사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거나 중대한 수사 미진에 따른 자의적 검찰권 행사라 아니할 수 없고, ㄱ씨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됐다고 인정된다”고 밝혔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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