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인수 가능성’ 인터뷰 기사 2일뒤 주식 팔아
외국계 펀드가 처음으로 주가조작 혐의로 기소됐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사부(부장 정동민)는 31일 삼성물산 주가를 조작한 혐의(증권거래법 위반)로 영국계 펀드 ‘헤르메스’를 벌금 73억원에 약식 기소하고, 이 회사의 전 펀드매니저인 로버트 클레멘츠를 기소중지했다고 밝혔다.
박한철 3차장검사는 “클레멘츠가 계획적인 언론 인터뷰를 통해 주가 상승과 거래량 확대를 꾀한 사실이 인정되므로 ‘사기적 부정거래’에 해당한다”며 “그가 현재 이스라엘에 머물면서 소환에 불응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기소중지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2004년 11월29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삼성물산의 인수·합병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어 12월1일 이 신문에 ‘삼성물산, 외국인에 인수·합병될 수도’라는 제목의 기사가 나가 삼성물산의 주가가 오르고 거래량이 늘자, 이틀 뒤 모든 보유 주식을 팔아 73억원의 부당이득을 얻은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헤르메스는 2003년 11월~2004년 3월 삼성물산 주식 777만여주(5%)를 취득했다.
검찰 관계자는 “당시 클레멘츠는 개인적으로 보유하던 8300주를 팔아 3천만원의 이득을 얻었다”며 “부당이득은 모두 81억여원으로 산출됐으나 수수료 등을 뺀 73억원을 벌금으로 매겼다”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8월 언론을 이용해 주가를 띄운 뒤 되팔아 292억원의 시세차익을 챙겼다며 헤르메스 펀드와 클레멘츠, 대우증권 전 직원 김아무개(34)씨를 검찰에 고발했다.
한편, 헤르메스는 “한국 검찰의 기소를 수용할 수 없다. 어떤 조처를 취할 것인지 법률 자문팀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혀, 정식재판 청구 가능성을 내비쳤다. 영국의 우체국·전화국 직원의 적립 퇴직연금 등을 운용하는 헤르메스는 운영자산이 91조2천억원에 이르고 한국에 4900여억원을 투자했다.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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