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원구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인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 김태현씨가 4일 오후 도봉구 서울북부지법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 침입해 모녀 관계인 세 사람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태현(25)씨에게 경찰이 스토킹 범죄 혐의를 추가로 적용했다.
서울 노원경찰서는 8일 경범죄처벌법 위반(지속적 괴롭힘),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정보통신망침해 등) 혐의로 김씨를 추가 입건했다고 밝혔다. 사건 발생 당시 범행 동기로 지목됐던 김씨의 ‘스토킹 범죄’ 혐의가 인정된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김씨가 피해자 ㄱ씨를 스토킹하고 살해 뒤 휴대전화 속 에스엔에스(SNS) 내 친구 목록을 삭제하거나 친구들의 연락을 수신 차단하는 행위를 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지난달 23일 저녁 택배 기사로 위장해 피해자들이 사는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를 찾아가 큰딸 ㄱ씨를 포함해 여동생과 어머니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살인, 주거침입, 절도 외에 두 건의 혐의가 추가되면서 김씨의 혐의는 총 5가지로 늘었다.
김씨는 스토킹 범죄에 한해선 지난달 24일 국회를 통과한 ‘스토킹 범죄 처벌법’의 적용을 받지 않고 최대 10만원 이하의 벌금형인 ‘경범죄 처벌법’에 따라 처벌받게 된다. 스토킹하면 최대 징역 5년에 처하도록 처벌 수위를 높인 ‘스토킹 범죄 처벌법’은 올해 9월부터 시행돼 김씨는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ㄱ씨 지인들은 ㄱ씨가 생전에 김씨의 스토킹 사실을 지인들에게 알리며 두려움을 호소해왔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은 ㄱ씨 주변 지인 진술과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김씨 휴대전화 대화 내역 등을 바탕으로 스토킹 범죄 여부를 파악하는 데 수사를 집중해왔다.
사건 현장에서 검거된 직후 병원으로 옮겨진 김씨는 지난 2일 퇴원과 동시에 서울 노원경찰서에서 첫 피의자 조사를 받았고 대부분의 혐의를 인정했다. 그 뒤 세 차례(3일·5일·7일) 진행된 경찰 조사에서 김씨는 온라인 게임을 하면서 알게된 ㄱ씨가 자신과의 만남과 연락을 피하자 스토킹을 일삼다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또 범행 전 자신의 휴대전화로 사람의 급소와 관련된 내용을 인터넷에 검색하는 등 사전에 범행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지난 4일 김씨에게 “도망할 염려 및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상 실질심사)을 마친 뒤 영장을 발부했다. 앞서 국선변호인이 선임됐지만, 5일과 7일에 이뤄진 두 차례의 경찰 조사에서도 김씨는 변호인 입회 없이 조사를 받고 피의자 신문조서를 작성했다. 경찰은 6일과 8일에는 서울경찰청 과학수사대 소속 프로파일러를 투입해 김씨와 면담을 진행하며 사이코패스(반사회성 인격장애) 성향을 분석했다.
이밖에 김씨는 자신의 신음을 녹음한 파일을 여학생에게 전송하고, 여자 화장실에 들어가 몰래 훔쳐본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벌금형을 선고받는 등 두 차례 성범죄를 저지른 전과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김씨의 디엔에이(DNA) 분석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해 미제 강력 사건 관련 유전자와 일치 여부를 확인하는 등 여죄가 있는지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오는 9일 김씨를 검찰에 구속 송치할 계획이다.
장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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