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경미사건 무더기 고소에 기준·연구 필요
민사사건의 형사고소도 문제지만, 단순·경미한 형사사건의 ‘무더기 고소’도 검찰을 곤혹스럽게 한다. 한국대여업중앙회가 지난해 5월 만화책·비디오 대여자 100여명을 횡령 혐의로 고소한 사건이 대표적 사례다.
서울중앙지검은 얼마 뒤인 11월 ‘비디오테이프 등 대여물 미반납에 관한 고소사건 처리지침’을 만들어 “단순 반환지연, 대여물 파손 등은 애초에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으며, 시가 1만~2만원 안팎의 대여물에 대해 일일이 형사입건하고 수사하는 것 자체도 부적절하다”며 “검찰이 나서서 미납자 행방을 조사하는 것은 만화책과 비디오를 찾아주기 위해 공공제도를 낭비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음반기획사 및 제작사의 저작권 보호를 대행하는 ㈜노프리가 지난해 10월 “누리꾼들이 포털사이트 블로그를 통해 음악 파일을 무단으로 배포하거나 공유해 저작권법을 위반했다”며 누리꾼 1만257명과 ㈜다음커뮤니케이션을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한 사건도 있었다. ㈜노프리는 피고소인의 이름 등 인적사항을 고소장에 적지 않고 블로그에 나타난 아이디만 적어 고소했고, 수사를 맡은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부장 이건리)는 아이디를 역추적한 뒤 1만여명의 피고소인을 소환해야 했다. 검찰은 지난달 16일 지침을 마련해, 개인이 불법 다운로드 받은 파일을 ‘영리목적 없이’ 인터넷에 올리거나 다른 사람에게 제공한 경우에는 기소를 유예하기로 했다. 석동현 서울지검 형사1부장검사는 “단순·경미한 사건 가운데 어떤 사건을 수사할 지에 대해 액수 등 기준 마련이 필요하지만 그러자면 학계에서 형사정책적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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