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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임종헌의 집요한 ‘재판부 공격’…재판 지연 2년3개월째 ‘진행형’

등록 2021-04-28 09:59수정 2021-04-28 10:13

‘사법농단’ 임 전 차장, “불공정 재판 의심” 재판부 성향 문제 삼아
기피신청→항고·재항고→사실조회 반복…재판부 교체 노렸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으로 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지난해 10월26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으로 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지난해 10월26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청인(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으로부터 법관 기피신청이 있었으나, 이유 없다고 사료된다.”(2019년 6월7일, 윤종섭 부장판사 의견서)

“헌법과 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심판한다”(헌법 103조, 2021년 4월13일 윤종섭 부장판사 법정 발언)

‘사법농단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인 임종헌 전 차장이 2년째 담당 재판장인 윤종섭 부장판사를 겨냥해 집요하게 ‘재판 공정성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임 전 차장의 법관 기피신청에 ‘이유 없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써낸 바 있는 윤 부장판사는 2년째 거듭된 의혹 제기에 헌법 103조로 대답을 갈음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판사들의 성향을 문제 삼아 사법농단을 일삼았던 임 전 차장이 자신의 재판에서마저 담당 판사의 성향에 의혹을 제기하며 재판을 지연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 처음부터 순탄치 않았던 재판

2018년 11월 ‘사법농단 의혹’ 사건의 핵심 피고인 가운데 가장 먼저 기소된 임 전 차장의 재판은 처음부터 순탄치 않았다. 첫 재판을 앞두고 집중 심리를 위해 재판부가 일주일에 네 차례 재판을 열겠다고 하자, 임 전 차장 쪽 변호인 11명은 2019년 1월 집단사임으로 어깃장을 놓았다. 임 전 차장 쪽이 새 변호인을 선임해 재판을 다시 열기 전까지 한 달 넘게 지체됐다. 그 뒤 재판부가 검찰의 추가 기소로 병합된 두 사건 가운데 한 사건의 공소사실에 대해서만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하자, 임 전 차장 쪽은 ‘유죄 예단으로 향후 나머지 사건에 대해서도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해 구속 상태에서 재판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증거채택과 증인신문 등을 둘러싸고도 거듭 불만을 드러냈던 임 전 차장 쪽은 급기야 같은 해 6월 재판장인 윤 부장판사를 상대로 법관 기피신청서를 냈다. 기피사유서에서 임 전 차장 쪽은 “‘재판장인 윤 부장판사가 강형주 전 서울중앙지법원장 주재 모임에서 ‘사법행정권 남용 관련자를 엄단해야 한다’고 말했다’는 기자의 제보가 있다. (사법농단에 연루된) 법원행정처 판사들에 대한 윤 부장판사의 증인신문 태도와 재판 진행을 고려할 때 아무런 근거 없는 헛소문에 불과할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임 전 차장 쪽이 윤 부장판사의 유죄 예단과 불공정한 재판 우려를 주장하며 낸 기피사유서는 참고자료를 포함해 모두 106쪽에 달했다.

그러나 기피신청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재판장 손동환)는 “(임 전 차장은) 기자의 제보가 있었으므로 유죄 예단을 갖고 있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이 주장에 대한 아무런 소명이 없다”며 기피신청을 기각했다. ‘윤 부장판사가 영장 발부 권한을 남용하고, 무리한 절차 진행으로 방어권을 침해하며 소송지휘권을 남용하고 있다’는 임 전 차장 쪽 주장에 대해서도 “기피사유가 개별적으로나 이를 종합해 보더라도 불공평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는 객관적인 사정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임 전 차장 쪽은 1심 재판부의 기각 결정에 곧장 항고했다. 그러면서 “(윤 부장판사가) 공소장일본주의를 위반한 검찰의 공소장을 통해 부당하게 형성된 예단을 갖고 재판을 진행했다”는 등의 새로운 주장을 들고 나왔다. 검찰이 임 전 차장 쪽 기피사유서를 조목조목 반박하는 내용의 의견서를 낸 것을 겨냥해서도 ‘재판이 검사에게 유리하게 편파적으로 진행됐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논리를 폈다. 또한 윤 부장판사가 기피신청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이런 절차를 거치지 않은 1심 결정이 위법하다는 딴죽을 걸기도 했다.

그러나 항고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3부(재판장 배준현)도 2019년 9월 “윤 부장판사는 기피신청 5일 뒤 ‘신청인의 기피신청이 이유 없다고 사료된다’는 의견서를 제출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기각 결정을 내렸다. 이에 임 전 차장 쪽은 이번에도 항고심 결정에 승복하지 않고 재항고를 했고, 결국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마저 지난해 1월 “원심 판단에는 재판에 영향을 미친 헌법·법률·명령 또는 규칙 위반의 잘못이 없다”며 재항고를 기각해 기피신청은 약 7개월 만에 일단락됐다. 기피신청으로 2019년 6월 중단된 본안 재판은 지난해 3월에야 다시 열렸다.

■ 사실조회 신청…기피신청 이은 재판 지연 전략?

약 9개월 만에 다시 열린 재판도 순탄치 않았다. 같은 재판부가 지난달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된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등에게 유죄를 선고하자, 이번엔 임 전 차장이 다른 방식으로 재판에 제동을 걸었다. 지난 13일 임 전 차장 쪽이 대법원과 법원행정처에 사실조회를 신청한 것이다.

임 전 차장 쪽은 최근 <조선일보> 보도를 근거로, 김명수 대법원장이 2017년 10월 ‘판사 블랙리스트’ 등 사법농단 의혹 재조사에 대한 일선 판사들의 의견을 듣겠다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10명을 초청해 면담한 사실이 있는지, 또 윤 부장판사가 이 자리에서 ‘반드시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는지 등에 대한 사실조회를 신청했다. 사실조회 결과 등을 근거로 다시 기피사유를 소명하겠다는 계산인 셈이다. 일부에서는 6년째 서울중앙지법에 유임된 윤 부장판사의 인사이동 가능성 등을 의식한 거듭된 재판 지연 전략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마침내 윤 부장판사는 이날 재판을 마치기 직전 “이 법대에 앉은 형사36부 구성원 3명 모두 헌법 103조가 정한 법관이다. 각자가 판사로서 헌법과 법률이 정한 양심에 따라 독립해 심판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재판부는 지난 20일 사실조회 신청을 기각했고, 임 전 차장의 변호인은 이틀 뒤 이의신청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이어 지난 26일 열린 재판에서 임 전 차장은 다시 “재판장이 김 대법원장이 주재한 면담에서 ‘(사법농단 의혹에 대해) 반드시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는 발언을 했고, 그런 마음가짐으로 재판에 임했다면 법관의 직업적 양심보다 개인적 양심을 우선한 게 아닌지 깊이 우려하고 있다”며 이의신청 이유를 밝혔다.

임 전 차장의 주장을 들은 윤 부장판사는 “이의신청 내용과 검찰 의견, 임 전 차장의 본인 진술내용 등을 살펴본 뒤 허가 여부 결정하겠다”라며 직접 대응을 자제했고 지난 27일 이의신청을 기각했다. 윤 부장판사는 이날 재판을 마치기 직전 “대법원 및 법원행정처에 대한 조회 신청 기각 결정에 대해 이의신청했으나 기각 결정에 법령 위반이 있다고 볼 수 없고, 사실조회 신청서 조회 사항이 재판 판단에 관해 필요한 사항이 아니어서 기각 결정이 상당하지 않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의신청은 이유 없어 기각한다”고 설명했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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