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해 '불법 출국금지 조처'를 한 의혹을 받는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이 지난 3월5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출석을 위해 수원지법 청사로 들어서기 전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의혹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이규원 전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 검사와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의 첫 재판에서 검찰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재이첩도, 직접 수사도 하지 않아 반쪽 재판이 우려된다”며 공수처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김선일)는 7일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와 허위공문서 작성 등의 혐의로 기소된 차 본부장과 이 검사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법정에서 검찰은 “(공수처에 가 있는) 이 검사의 허위 면담보고서 작성 등의 혐의는 (재판에서 다루는) 김 전 차관의 불법 출금 과정의 전제가 된 행위여서 이 사건 범행과 불가분의 관계”라고 주장하며 “50일 전에 공수처에 이첩됐는데 검찰에 재이첩하거나 직접 수사 여부를 결정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어느 기관이든 신속하게 병합 기소 여부가 결정돼 이 검사와 관련된 본건의 일련 행위에 대해 종합적 평가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일련의 과정 중 반쪽 행위에 대해서만 평가가 이뤄지는 것으로 반쪽 재판이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앞서 검찰은 김 전 차관의 불법 출금 사건과 이 검사의 허위 면담보고서 작성 사건을 각각 공수처에 이첩했다. 이후 공수처가 ‘공소제기 판단을 위해 수사를 마친 뒤 사건을 공수처로 송치하라’며 김 전 차관의 불법 출금 사건을 검찰로 재이첩하자, 검찰은 공수처의 송치 요구를 거부한 채 직접 차 본부장과 이 검사를 기소해 재판이 시작됐다. 검찰은 이날 준비기일을 통해 나머지 허위 면담보고서 작성 사건도 빨리 기소돼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편 것이다.
검찰은 또 “(불법 출금 사건은) 법 집행기관이 국민을 대상으로 위법한 법 집행을 했느냐가 중점”이라며 “누구라도 긴급 출금할 수 없는 대상에게 긴급 출금을 했다는 점에서 단순한 절차위반이 아니라 실체를 왜곡한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 검사 쪽이 ‘공수처의 재이첩 요청을 무시한 검찰 기소가 위헌’이라며 헌법재판소에 청구한 헌법소원심판에 대해서도 “권한을 유보한 이첩이라는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에 재판부는 “공수처 기소권이 독점적이고 배타적인지 아니면 우선적인지, 공수처가 기소권을 유보한 채 사건을 검찰에 재이첩할 수 있는지 아니면 수사 완료 후 공소권을 부과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며 “늦기 전에 어떤 쪽으로든 판단해 제시하겠다”고 ‘공소권 유보부 이첩’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을 예고했다.
이 검사는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에 파견 근무할 때인 2019년 3월 성 접대·뇌물수수 의혹을 받던 김 전 차관이 심야 출국을 시도하자 긴급 출국금지 요청서에 과거 무혐의 처분을 받은 사건번호를 기재해 김 전 차관의 출국을 막은 혐의 등으로 기소됐으며, 차 본부장은 이 검사의 불법적으로 긴급 출금 조처한 사정을 알면서도 출금 요청을 승인한 혐의로 기소됐다.
조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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