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가동’ 아동학대 전담의료기관 서울에 8곳 지정

정인이 사건 이후 대책
자치구별 ‘아동학대 판단회의’ 운영…의사·심리사 등 전문가 참여

정치하는 엄마들 회원들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아동학대 진상 조사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태호유찬이법 제안자였던 태호 부모들이 아동학대 피해 아동에게 쓴 보내지 못한 편지가 새를 통해 하늘로 전달되기를 기원하는 행위극을 하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e-mail]

서울에서 학대 피해 아동을 24시간 상시로 진료할 수 있는 전담의료기관 8곳이 지정되고, 자치구별로 전문가들이 참가하는 ‘아동학대 판단회의’를 운영된다.

서울경찰청과 서울시는 12일 이러한 내용이 포함된 ‘아동학대 대응 및 예방을 위한 강화대책’을 발표했다. 서울청과 서울시 당국은 △학대 아동 조기발견 △신속한 현장대응 △피해 아동보호 등 아동학대와 관련된 모든 과정에 걸쳐 협력하고 유기적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현장에서 가장 시급한 문제로 꼽혔던 학대 피해 아동에 대한 신속한 의료지원을 위해 밤뿐만 아니라 주말에도 24시간 이용할 수 있는 아동학대 전담의료기관을 운영하기로 했다. 상급종합병원으로 아동학대 피해 아동 치료에 필수적인 응급의학과·소아청소년과·정신건강의학과를 갖추고 있는 서울대병원, 서울의료원, 국립중앙의료원, 중앙보훈병원, 경찰병원, 보라매병원, 이대서울병원, 적십자병원 등 8곳이 지정됐다. 서울대학교병원은 아동학대 거점의료기관으로 지정돼 판단이 어려운 학대피해에 대해 종합적인 판단을 통해 수사기관이 자문할 수 있게 했다.

아울러, 7월부터는 아동학대 피해 판단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아동학대 판단회의’가 자치구별로 운영된다. 경찰관·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이 담당해왔지만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됨에 따라 의사·변호사·임상심리사 등 전문가가 참여해 판단의 객관성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경찰은 “겉으로 보기에 표시가 나지 않는 외상이나 정서적 학대 등은 전담 공무원과 경찰이 현장에서 판단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아동학대 판단회의 신설을 통해 전문가에 의한 명확하고 객관적인 판단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입양아동 정인이가 학대피해로 목숨을 잃은 뒤 서울청과 서울시는 지난 1월부터 비상대책회의팀을 꾸려 10여 차례 회의를 갖고 개선과제를 논의해 왔다. 두 기관은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아동 전수조사를 정례화하고, 아동학대 신고자의 신변을 보호하기로 했다. 장하연 서울경찰청장과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오후 서울시청에서 이 같은 협력 방안을 담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재호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