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승리(본명 이승현) 쪽과 유착한 혐의로 기소됐지만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던 이른바 ‘버닝썬 경찰총장’ 윤규근 전 총경이 20일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이돌 그룹 빅뱅의 전 멤버였던 가수 승리(본명 이승현) 쪽과 유착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이른바 ‘경찰총장’ 윤규근 전 총경이 항소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3부(재판장 최수환)는 20일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윤 전 총경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을 깨고 벌금 2천만원을 선고하고, 추징금 319만원을 명령했다.
윤 전 총경은 2016년 7월 승리와 유인석 전 유리홀딩스 대표가 서울 강남구에 차린 주점 ‘몽키뮤지엄’이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단속되자 서울강남경찰서 경찰관들을 통해 수사정보를 확인한 뒤 유 전 대표 쪽에 알려준 혐의로 기소됐다. 또 정아무개 전 녹원씨엔아이(옛 큐브스) 대표에게 각종 형사사건 청탁을 알선한 대가로 4286만원 상당의 주식 1만주를 받아 미공개 중요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거래한 혐의도 있다.
윤 전 총경은 클럽 버닝썬 사건 수사 과정에서 정 전 대표에게 휴대전화에 저장된 메시지를 지우게 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그는 승리와 가수 정준영 등이 있던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경찰총장’으로 불린 사실이 드러나 클럽 버닝썬 사건 관련 유착 의혹을 받았다.
항소심은 “정 전 대표가 윤 전 총경에게 미공개 중요 정보를 사전에 알려줬고, 윤 전 총경이 그동안 매도한 적도 없고 굳이 하지 않으려 한 것처럼 보이는 주식을 매도하고 바로 매수한 점은 합리적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을 뒤집고, 자본시장법 위반 부분을 일부 유죄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증거인멸교사 혐의에 대해서도 일부 유죄 판단했다. “윤 전 총경의 부탁을 받은 경찰이 몽키뮤지엄 단속 사건과 관련해 사건 담당 경찰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죄)에 해당하기 어렵지만, 이런 사정은 증거인멸죄 성립에 영향을 주지 않을 뿐만 아니라 윤 전 총경이 징계를 받을 개연성은 충분했던 것으로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재판부는 윤 전 총장이 정 전 대표에게 휴대전화에 저장된 자료를 지우라고 말했을 당시, 몽키뮤지엄 관련 사건 이외에 알선수재와 자본시장법 위반 관련 부분은 형사사건이나 징계사건이 진행될 수 있다고 인식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증거인멸의 고의를 인정하지는 않았다.
윤 전 총경 쪽 변호인은 선고 직후 기자들을 만나 “유죄 판결문을 받아보지 않아 재판부의 판결 이유를 알 수 없다”면서도 “다만 납득하기 어렵고 상고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조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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