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건물 앞 코로나19 신속검사 관계자들이 검사자를 기다리고 있다. 이재호 기자
‘귀하는 서울대 원스톱 신속코로나19 분자진단 검사에서 음성임을 알려드립니다.’
서울대학교에서 진행하고 있는 코로나19 신속분자진단검사(신속검사)를 취재기자가 직접 받아보니 정말 ‘신속’했다. 지난 18일 오전 10시께 서울대 자연과학대학(25-1동) 앞에 마련된 검사부스에서 검사를 받고 한 시간여 뒤인 11시7분께 검사결과가 문자로 통지됐다.
10시께 검사를 받은 뒤 한 시간여 만에 검사결과를 문자로 통보받을 수 있었다. 안내 문자 화면 갈무리
검사하는데 1분도 안 걸리는 ‘신속검사’
검사 신청 절차도 간단했다. 서울대 모바일 앱 화면에서 <코로나 선제 검사 신청> 메뉴를 이용해 검사 예약을 할 수 있다. 과거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적이 있는지 발열 등의 증상이 있는지를 파악하는 ‘문진표’도 미리 앱을 통해 작성할 수 있어, 검사부스 현장에 도착하면 바로 검사를 받게 된다. 간단한 개인정보를 확인한 뒤 바코드가 찍힌 검체 채취통을 받아들고 검체 부스 앞으로 가니 검사요원이 밀폐된 부스 안에서 장갑을 끼고 있었다. “아 소리 내보세요”라며 면봉처럼 생긴 긴 막대를 코 깊숙이 밀어 넣었다. ‘비인두도말’을 긁어낼 때, 마치 눈동자를 찌르는 듯한 따끔한 고통은 일반 코로나19 진단검사와 비슷했다. 다만, 검사시간이 획기적으로 짧았다. 대기 줄만 없으면 이 모든 과정이 1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서울대는 코로나19 유행으로 온라인으로 진행되고 있는 대부분의 수업을 대면 수업으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지난달 22일부터 신속검사를 도입해 실시하고 있다. 이 검사 방법은 대상자의 비인두·구인두 도말에서 검체를 채취해 검사를 하는 방식으로, 방역 당국이 실시하고 있는 ‘실시간 유전자증폭(RT-PCR)’과 비슷하다. 다만, RT-PCR검사는 결과가 나오는데 최소 6시간이 걸리는 반면, 신속검사는 1시간 안팎으로 검사결과를 알 수 있어 기다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서울대 본부는 전면 시행에 앞서 자연과학대학 소속 구성원 1800명을 대상으로 2억원의 예산을 들여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연세대를 비롯한 다른 대학들도 신속검사 도입을 검토했으나 비용 문제 등을 이유로 망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앞에서 교직원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신속분자진단검사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검사 대상 확대에도 이용자 수 적어
21일 <한겨레> 취재 내용을 종합하면, 이처럼 간편한 검사절차와 신속한 검사결과 통보에도 불구하고 검사자 수는 많지 않았다. 지난 18일 오전 9시30분 검사를 시작한 부스 앞에서 검사자를 세어 보니 한 시간 동안 15명 안팎의 학생·교직원이 검사를 받았다. 오전에 학교에 와서 검사를 받는 사람들이 가장 많은 것을 고려하면 많지 않은 숫자다. 대부분 사전 예약을 하고 검사를 받았는데, 이날 앱을 통해 예약하고 검사를 받은 사람도 21명밖에 되지 않았다. 한 시간에 75명까지 예약을 받을 수 있도록 검사체계를 마련해 놓은 것을 생각하면 이용률이 높지 않은 셈이다.
이날 검사부스를 찾은 사람들은 대부분 처음 신속검사를 받는다고 했다. 연구실에서 검사를 받아보라는 권고를 받았거나, 검사 권고 안내 문자를 받은 사람들이었다. 서울대는 초기에 자연대 소속 구성원을 대상으로 검사를 시행할 목적으로 도입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전체 구성원으로 확대했다. 그러나 도입 초기에 관심을 보였던 학생들이나 교직원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시들해지는 분위기다. 검사를 받아도 교내에서 마스크를 벗거나 방역수칙을 완화할 수 없고, 비인두도말 검사를 계속 받는 것이 불편하다는 목소리가 컸다. 이날 검사를 받은 대학원생 강아무개(31)씨는 “지난주에 안내 문자를 받고 한번 받으러 와봤는데 생각보다 검사절차가 간소해서 괜찮았다”면서도 “검사를 받는다고 해서 마스크를 벗거나 할 수 있는 건 아니기도 해서 검사를 또 받으러 올 거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도서관 이용학생들 “필요성 못 느껴”
서울대는 지난 7일부터 자연대 소속 학생·교직원뿐만 아니라 중앙도서관을 이용하는 학생들에게도 신속진단검사를 받으라고 공지했지만 검사를 받는 학생들은 거의 없었다. 이날 오전 서울대 관정도서관 열람실을 찾은 학생들은 3백여명 정도였는데 이들은 대부분 검사를 받지 않았다. 도서관을 찾은 대학생 김아무개(21)씨는 “도서관 공지를 확인했지만 검사는 받아본 적이 없다”고 했다. 김씨는 “신속검사를 받는다고 해서 마스크를 벗거나 방역수칙이 완화되는 게 아닌 데다가 최근에는 학교에서 확진자가 나오지 않아서 필요성을 못 느낀다”며 “주변에 친구들도 검사를 적극적으로 받는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전했다.
서울대 집계를 보면 지난 17일까지 2천여명이 검사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지난달 22일부터 검사를 시행한 뒤 하루 평균 100명 정도가 검사를 받은 셈이다. 이 가운데 양성판정을 받은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 서울대가 검사를 도입하기 위해 용역공고를 내면서 사업 종료일인 6월14일까지 두 달 동안 9600명이 검사를 받을 것으로 예상한 것을 고려하면 매우 낮은 검사율이다.
시설 늘리고, 의무검사 도입…가능할까?
서울대는 지난달 말 검사를 시작하면서 비인두도말 분비물을 채취를 통한 신속분자진단검사뿐만 아니라, 침(타액)으로 간단하게 검사하는 방안도 도입해 검사결과를 비교하는 연구를 시행하려 했지만 학내 생명윤리위원회(IRB) 승인을 받지 못했다. 교내에서 타액 검사를 시행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다.
이처럼 검사시설 이용률이 높지 않은 가운데 대학 내부에서 검사부스를 확대 설치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한겨레> 취재 내용을 종합하면 서울대 본부 내부에서 “8억원을 추가 투입해 교내에 검사부스를 늘리고, 학생들이 의무적으로 검사를 받도록 하자”는 논의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학생처가 의무검사에 대해 난색을 보였고, 현재에도 검사율이 높지 않은 시설을 무리하게 확대하는 것과 관련해 의견이 분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 쪽은 검사시설 확대 논란과 관련해 “현재 검토 중이지만 확정된 내용은 아직 없다”고 밝혔다.
이재호 채윤태 기자
p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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