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앞으로는 일선 경찰서에서 접수해 조사하는 주요 내사 사건도 시도경찰청을 거쳐 국가수사본부로 보고하고 지휘를 받도록 하기로 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는 9일 이러한 내용이 담긴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사건 재발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경찰이 발표한 대책은 현재 경찰에서 다루고 있는 ‘내사’사건을 ‘수사’에 준해서 엄격하게 다루고, 주요사건에 대해선 상급기관에 보고하도록 하는데 방점이 찍혔다.
경찰청 관계자는 “변호사 관련 사건에 대해 수사를 할 때는 상급기관에 보고하도록 정하고 있는데 내사는 (보고의무가)명확하게 되어 있지 않았다”며 “범죄수사규칙에 보고대상이 정리된 것과 같이 내사에서도 동일하게 적용하도록 지침을 개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전 차관의 폭행사건을 담당한 서초경찰서 담당 수사관 ㄱ경사가 증거 영상을 보고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상 ‘운행 중 폭행’을 적용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내사 종결하는 과정에서 상급기관이 인지하지 못한 것을 개선하겠다는 게 경찰의 입장이다.
경찰은 ‘내사’의 개념을 대폭 축소하고 ‘불입건’, ‘내사종결’ 사건에 대해서도 종결사유를 구체적으로 명시하도록 했다. 과거에는 경찰이 검사 지휘를 받지 않기 위해 신고 사건을 내사 영역으로 분류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올해부터는 검사 지휘가 폐지되면서 내사를 수사에 준해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내부에서 제기돼 왔다.
현재 경찰은 수집한 범죄첩보를 의미하는 ‘첩보내사’, 진정·탄원·투서 등 접수된 신고 사건을 의미하는 ‘진정내사’, 112신고·방문신고 등을 포함하는 ‘신고내사’, 피해품 발견과 불심검문 등의 ‘기타내사’를 모두 내사로 통칭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첩보내사만 내사로 분류하고 나머지는 ‘입건 전 조사’로 변경한다. 경찰청은 “내사라는 단어가 통제 없이 은밀하게 조사한다는 오해·불신을 유발해 개선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내사종결’로 간단하게 종결했던 사건도 앞으로는 ‘범죄 혐의 미발견’, ‘정당방위 사유 명백’, ‘반의사불벌죄 합의·시효 만료’ 등으로 분류해 사건 관계자들에게 통지해야 한다.
아울러 이 전 차관 사건의 경우처럼 입건 전 조사 과정에서 최초로 적용한 죄명을 바꾸는 경우 팀장이 아닌 수사부서장이 결재하도록 했다. 이 밖에도 경찰서 수사심사관이 내사사건의 불입건 적정성 여부를 심사·분석하고, 시도경찰청 책임수사지도관이 주기적으로 이를 점검해 재수사 필요성을 판단하도록 했다.
이영상 국수본 형사국장은 “경찰은 지난해 전 법무부 차관 택시기사 폭행사건과 관련해 적절하지 못한 사건처리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리고 사전에 방지하지 못한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비위가 드러난 경찰관에 대해서는 행위자뿐만 아니라 관리·감독 책임자까지 엄정조치하고, 앞으로 유사한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사건 처리절차를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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