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 성폭력 피해자 부모들의 사랑방’(미모사)에 참여하고 있는 어린이성폭력 피해자의 어머니들이 23일 국회 기자실에서 회견을 마치고 나가면서 눈물을 훔치고 있다. 이들은 용산 초등생의 죽음같은 끔찍한 일이 또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관련 법률을 조속히 입법해달라고 촉구했다. 이종찬 기자 rhee@hani.co.kr
“손만 잡으려 했다” 해명 미흡
늑장보고에 서둘러 직위해제
늑장보고에 서둘러 직위해제
가석방을 앞둔 여성 재소자가 구치소 안에서 자살을 기도하고, 이에 앞서 이 재소자가 밀실에서 교도관에게 성적 괴롭힘을 당했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법무부와 국가인권위원회가 진상조사에 나섰다. 그러나 구치소는 성적 괴롭힘을 당한 피해자의 최초 진술 등 이미 확인한 사실마저 공개를 거부해 의문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가장 먼저 풀려야 할 의혹은 ‘성적 괴롭힘’의 구체적 내용이다. 구치소나 법무부는 “위로하려 손을 잡으려 했다”는 게 전부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구치소’라는 장소와 갇혀있는 재소자의 특성상, ‘문제’로 불거지기 어려운 사안이라고 많은 전·현직 교정 공무원들은 말한다. 게다가 교도관과 ‘사기죄’로 수감중인 재소자 사이에서 벌어진 일을 본 사람도 없었다. 교도관이 부인할 경우, 재소자 쪽의 주장이 받아들여지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사태는 다른 쪽으로 전개됐다. 결국 사건은 상부에 보고됐고 가해 교도관은 1천여만원이나 되는 거액을 합의금으로 건넸다. 또 성적 괴롭힘은 가석방 심사를 위해 상담을 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때문에 정상적인 심사와 상담이 이뤄졌다고 보기 힘들다. 그럼에도, 구치소 쪽은 피해 여성 재소자의 ‘가석방’까지 법무부에 상신했다. 또 가해 교도관을 직위해제 뒤 징계위에 회부했다.
늑장보고와 함께 교도관과 구치소 쪽이 보인 이런 일련의 조처는, 실제로 행해진 성적 괴롭힘이 ‘위로’와 ‘손 잡기 시도’ 뿐이라는 구치소쪽 해명을 받아들이기 어렵게 한다.
자살 시도와 성적 괴롭힘 사이의 연관성에 대해서도 서울구치소는 23일까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처럼 구치소 쪽의 ‘판단’은 자살기도 뒤 이틀도 안돼 신속하게 내려졌다. 그렇지만 신속한 ‘판단’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에 대해선 입을 다물고 있다. 이를테면 법무부는 이날 낸 해명자료에서 “가족들에게 속만 썩여온 자신의 처지를 비관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판단이 누구의 얘기에 근거한 것인지, 어떤 물증에서 나온 것인지는 내놓지 않았다. 자살 시도에 이른 배경이 담겼을 가능성이 큰 유서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다.
또 가해교도관과 피해 여성쪽 사이의 합의 과정도 의문 투성이다. 일선 교도소의 한 간부는 “통상 재소자가 성인일 경우, 가해 교도관과 재소자 사이에 직접 합의가 이뤄지기도 한다”며 “구치소 쪽이 당사자가 아닌 가족 중 일부 인사들과 합의를 추진해 사건을 마무리지은 점도 석연치 않다”고 말했다. 성적 괴롭힘 자체 뿐 아니라, 그 이후 ‘구치소-가해 교도관’과 피해 여성의 가족들 사이에 진행된 합의와 사건 무마 과정에서도 ‘드러나지 않은’ 문제점이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의왕 안양/김기성 유신재,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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